살펴보고 보살펴 주세요.
나는 제왕절개 수술로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 선택의 이야기는 1편을 참고해 주세요.)
제왕절개 수술 후 병원에서 4박 5일간 입원을 하게 됐다.
무사한 3일을 보내고 퇴원 전날 밤 나는 갑작스러운 흉통과 등통, 그리고 심장 두근거림, 호흡의 불편함 등을 느꼈다. 수술 후 워낙 여기저기 통증이 컸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모유 유축으로 인한 단순 근육통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퇴원 후 바로 조리원에 입소를 했는데 그날부터 갑자기 다리가 미친 듯이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흉통과 등통, 호흡, 심장 등의 문제는 더더욱 심화되었다. 그제야 나는 이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직감했다.
다음 날, 출산했던 산부인과를 찾았다.
사실 이런 걸로 출산병원에 가도 되나 잘 몰라서 병원에 미리 전화를 걸었었는데, 내 증상을 듣던 병원 직원분은 매우 심각하게 바로 내원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 지금 나 뭔가 심각하구나.'를 느꼈다.
수술을 담당해 주셨던 선생님은 예약대기자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프리패스로 진료를 봐주셨다.
긴급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심전도 검사도 했다. 폐부종 의심소견이 나와 일단 이뇨제를 처방받았으나 기타 심각한 문제로 보이는 건 없으니 일단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내게 이런 증상이 생긴 걸까.
이유도 몰랐고 병명도 없었고 이상도 없었는데 증상만은 있는 굉장히 이상한 상황.
네이버 검색은 나에게 '폐색전증' '혈전' '산모 제왕절개 후 사망'과 같은 키워드를 보여주며 내 맘을 조여왔다. 안 그래도 널뛰던 호르몬은 멀쩡히 숨 쉬고 살아있는 나를 애 낳고 사망한 산모처럼 만들어 하염없이 눈물짓게 만들었다.
결국 그다음 날 내과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내과 가서 심장초음파를 보고 이상 없음 소견을 받은 뒤 마음을 편히 먹으려는 요량이었다.
그런데 웬걸, 내과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더니 한껏 심각한 얼굴로 진료의뢰서 써줄 테니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라고 했다. 지금 응급한 상황일 수 있다고.
아니 왜.. 어째서.. 이런 결과는 제 예상에 없었는걸요...
진료의뢰서 상에 쓰인 소견은 이러했다.
'일 주 전 제왕절개 시행한 분으로 명확한 dyspnea, chest tightness, 누웠을 때 악화되는 dyspnea로 (빈혈, 심부전, 혈전) 등에 대한 진료 위해 의뢰드립니다.'
네이버 검색에서 날 괴롭히던 그놈의 혈전이 다시 여기서 튀어나와 나를 무너뜨렸다.
'담담하게 대학병원에 가서 아무 이상 없다는 검사결과지 들고 다시 조리원에 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나의 아기를 보러 갈 것이다.'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무너지는 멘탈을 붙잡을 길이 없었다.
20분간 택시를 타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나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았다.
나의 아기는 조리원에서 멀쩡히 분유 잘 먹고 선생님들과 잘 놀고 있을 것이 분명하거늘 왜 이리 사진을 보면 짠한지 아기를 두고 꼭 멀리 떠나온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매우 차갑고 하얗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상을 보내는 일터겠지만, 나처럼 처음 환자로서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공포의 장소였다. 옆 침대에서 앓고 있는 할머니,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어린아이, 그 틈에 아기를 생각하며 눈물콧물 빼고 덜덜 떨고 있는 나라니.
나는 양쪽 팔에서 정맥혈, 동맥혈을 채혈했다. 심전도 검사를 했고, 혈전수치가 다소 높아 결국 ct까지 찍기로 했다. 조영제를 투여하겠다고 하자 대번에 나의 모유를 기다릴 내 아기가 떠올랐다. 나도 어느새 엄마가 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모유수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확인받고 검사를 마친 후 결과를 기다렸다.
장황했지만 나의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 가슴조임 증상, 흉통, 등통, 호흡의 답답함 등은 결국 어떠한 병명도 얻어내지 못했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확한 병명 없는 후유증 같은 걸로 결론내고 끝이 났다. 애매모호한 결과 그리고 수십만 원의 응급실 비용을 받아 들고 다시 조리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과 의사 선생님이 말한 '응급'상황은 아님이 판명 났기 때문에 아기를 보고 품에 안은 뒤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뒤로도 증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조리원 퇴소 후 집에서 본격 육아를 시작한 뒤에는 그러한 증상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 그 뒤로 산후소양증이 찾아와 한차례 나를 더 괴롭혔다. 산후에도 소양증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
분명 나와 같은 또는 비슷한 증상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산모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불안하다면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받아보시길 추천한다.
특히 혈전으로 인한 문제는 드물지만 아주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지겠지 뭐, 하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검사를 했으면 한다.
호르몬으로 인해 감정은 파도를 치고 아직 회복하지 못한 수술부위는 여전히 아프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통증들이 나를 불안의 구렁텅이로 빠뜨려 애를 낳고 건강하게 회복해야 하는 시기에 무너지는 멘탈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산모들이 대부분 선택제왕절개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제왕절개는 절대 쉽게 생각할 수술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현재 약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고 처음에 날 눈물짓게 하던 증상의 대부분은 거의 사라졌다. 처음엔 그 증상에만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나 아기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육아로 인한 허리, 골반 등의 통증이 더 크다 ㅎㅎ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나와 같은 증상으로 혹시 괴로워하고 있을 산모들이 있다면 걱정 말고 일단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왕절개는 별 수술도 아니라는 가벼운 마음을 갖고 있는 임산부, 보호자들이 있다면 한 번쯤 더 생각해봐야 할 수술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자연분만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왕절개가 이러이러하니 자연분만하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연분만 역시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자연분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이 선택만큼은 산모가 오롯이 책임지지 않았으면 한다. 출산이 고귀하고 성스러운 일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무겁고 막중한 책임까지 산모가 다 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가 없다.
수술로 인한 고통과 부작용까지도 엄마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출산을 하고 나면 내 생활은 완전히 없고, 몰골은 엉망이라 더더욱 자존감이 떨어지고, 호르몬은 미친 듯이 널을 뛴다.
가만히 있어도 쉽게 눈물이 흐르는, 인생에서 이렇게 우울한 순간이 있었을까 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미치도록 서글펐고 그 불안과 걱정에도 남겨진 아기 생각에 눈물만 흘려야 했다.
자연분만이던 제왕절개던 산모의 몸을 무조건 희생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할 산모를 위해 함께하는 가족들이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
산모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달래주고 살펴보고 쓰다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몸을 찐하게 회복할 평온한 시간을 선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