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의 황홀함
임신했을 때 주위에서 종종 나에게 묻곤 했다.
모유수유 하실 건가요?
그때만 해도 내 모유의 상태(?)를 나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대로 주던지... 아님 말고요!"
라고 가볍게 대답하곤 했다.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고 내게 모유수유란 '모유가 나오면 아기에게 준다'정도의 개념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고 출산예정인 직장동료와 모유수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는 병원 퇴원과 동시에 단유를 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모유가 아기한테 좋다던데, 뭘 저렇게 단호하게 해보지도 않고 단유를 한다고 하지? 의아했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완모로 키워내셨다. (완모: 완전 모유로만 수유)
그래서 나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고 나 역시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기 때문에 아기를 낳자마자 모유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수술한 지 3일째 되던 날, 병원 신생아실에서 첫 수유콜을 받았다.
(수유콜: 어머님, 아기 수유하러 오시겠어요?라고 전화를 주는 일)
오! 나도 모유수유를 이제 하게 되는 건가? 흠 내 가슴은 전혀 아무런 조짐도 기미도 없는데... 모유가 나오긴 하는 건가... 하지만 신기하고 기대되는걸!
이런 호기심 어린 순수한 생각으로 모유수유실에 갔다.
정해진 면회 시간만 창너머로 볼 수 있는 나의 아기를 직접 안고 모유를 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니 난 그저 설레기만 했다.
선생님 손에 들려 들어오는 작은 만두 같은 아기.
나는 가슴을 드러낸 채 아기를 맞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는 곧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아기를 낳지 않고선 절대 경험해 볼 수 없는, 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작디작은 아기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내 가슴을 향해 얼굴을 비비고 모유를 찾아 헤매다
젖꼭지를 앙 하고 물고 정신없이 빨아 당기는 오물거리는 입술을 보는 순간,
나는 모성애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뭔지 모를 이상하지만 황홀한 감정에 빠졌고,
모유수유를 무조건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수술 3일 차 모유가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아기와 교감한 그 첫 순간 이후 나의 몸은 아기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모유를 만들기 위한 몸으로 단숨에 변하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부터 젖몸살이 시작되었다.
가슴이 돌처럼 변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가슴은 단단하고 옷으로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준비해 간 양배추팩은 쓸 일이 딱히 없겠다 싶었으나 그날밤부터 뜨거워진 가슴 위의 돌덩어리를 달래는데 그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각종 sns에 모유수유하는 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초유가 무엇인지,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선 아기에게 자주 물려야 양도 늘고 젖몸살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유수유를 하기 전에 이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후회도 됐다.
나의 현실은 모유수유를 하기에 매우 불리했다.
나는 여전히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겨두고 하루에 두 번 10분 남짓 창너머로 보는 신세였고, 병원 퇴원 후 조리원에서 역시 아기는 나보다 신생아실의 선생님들과 더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에서와 달리 모자동실의 시간이 있었고 원한다면 좀 더 자주 수유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많은 시간 아기와 함께 모유를 위한 투쟁의 시간을 보내고 틈틈이 유축을 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렇다 보니... 조리원에서 편히 쉬지는 못했다.
유축에는 최소 3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시도하는데 역시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돌아서면 수유콜을 받았고 돌아서면 유축을 해야 했다.
잠깐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수유콜이 왔고 유축시간을 놓치면 점점 불어서 커진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끝에 조리원 입소 당시 한 번 유축으로 약 20~30ml 밖에 안되던 모유가 퇴소할 때는 120ml까지 늘어있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앞선 화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제왕절개 수술의 후유증으로 응급실까지 방문했는데, 조리원에 두고 온 아기 생각만으로도 가슴에서 모유가 뚝뚝 흐를 정도였어서 아주 곤혹스러웠었다.
집에 가면 직접 아기한테 젖을 물리며 직접수유를 시도할 수 있으리란 꿈에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