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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 Apr 05. 2022

직장인 성우 수업 도전기 (2)

몸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법

 성우 수업에서는 그냥 열심히   기억밖에 없다. 성우는 몸이라는 악기를 이용하여 좋은 소리를 내야 하는데, 몸을  쓰려면 호흡기본이다. 그러나 숨쉬기처럼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해온 일일수록 의식해서 컨트롤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도 필라테스와 달리기를 꾸준히 하며 '신경 써서  쉬기'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필요한 호흡법은  새로운 영역이었다.  안에 공기를 집어넣으며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 나오는지 느끼려면 생각보다 많은 힘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려야 하는데 애꿎은 , 어깨, 그리고 허리에만 힘이 잔뜩 실렸다.  쉬는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어  몸과    서먹해졌다.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깨달음  하나는 '뭐든지 과하게 힘을 주면 망하기 쉽다' 것이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는지 허리가 심하게 뻐근해져 와서 연습을   쉬기도 했다.    헬스장에서 가당치도 않은 무게를 들다가   다쳤던 허리가 다시 한번 파업을 선언한 듯했다. 목소리  제대로  보겠다고 했을 뿐인데 허리가 파업을  버리는 몸이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만 몸을 갈아 끼워 버리지 않는 이상 꾸준히 단련하는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문득 초등학생 시절 가장 싫어했던 활동  하나인 체력장, 그중에서도 공포의 오래 달리기가 떠오른다.  친구들은 모두 결승선에 도착했는데 나만 무려 3바퀴가 남아 있었던 뼈아픈 기억이다. 격차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자 결국 체육 선생님이  바퀴를 빼 주셔서 간신히 피를 토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러닝복을 차려 입고 한강에서 달리기를 하는 요즘의 나는 새로 태어난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사실은 기록을 세워야겠다거나 살을  킬로그램 이상 빼겠다거나 하는 목표가 때문에  꾸준히 달릴  있었던  같다. 호흡 연습도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나아지겠거니, 하며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려고 한다. 딱히 급할 일도 없는 취미생활일 뿐인데 재미까지 없어져 버리면 지속할 이유가 없게 되어 버린다.


좋은 소리를 위해 호흡을 연습해야 한다면, 그 소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목소리 건강을 위해 알맞은 습도와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틈틈이 실천 중이다. 어째 말 좀 잘해보겠다고 성우 수업을 결제해 놓고는 점점 '건강 프로젝트'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자기 관리를 잘해서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으니 이러나저러나 나에겐 이득이다. 사실은 알코올과 커피도 목소리에 좋지 않으니 피하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다. 그 두 가지가 여러모로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영영 모른 척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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