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에서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만나는 일은 대부분 저녁 시간대로 몰려 있다. 평일에는 출근을 해야 하니 당연하고, 주말에도 점심 약속을 잡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침잠이 많아서다. 내게 주말 오전 11시 약속은 평일로 치면 새벽 6시 약속과 같은 난이도에 해당한다. 휴일 낮에 외식을 하는 경우는 잠을 포기할 만큼 간절히 먹고 싶은 메뉴가 있거나, 아침형 인간인 친구를 만나야 하거나, 결혼식에 참석할 때뿐이다. 물론 세 가지 경우 모두 흔치 않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애주가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바깥 밥을 먹을 때는 절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기 때문에 아예 저녁에 약속을 잡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할 일은 해가 떠 있을 때 맨 정신으로 모두 끝내 놓고, 아무런 부담감이 없는 상태에서 친구와 술 한 잔 하는 상쾌함을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내 소셜 에너지는 주로 저녁이 되어서야 충전된다. 둔하게도 최근에야 깨달았다. 주말에 모처럼 일찍 일어나 여유 시간이 많더라도 왠지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다. 혼자 책을 읽거나, 밀린 일을 하거나, 청소 혹은 산책을 하며 입에는 거미줄을 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낮에 외출을 하더라도 가급적 혼자 노는 게 좋다. 그렇게 충전을 한 뒤 해가 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을 만날 힘이 생긴다.
회사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고 나서, 이대로 한 주를 날려버릴 수는 없는 법이라며 주말마다 ‘빡세게' 나가 놀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간과했던 문제는 내가 99.9퍼센트의 내향 인간이라는 점이다.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충전하질 않으니 괜히 마음이 예민해지고 가까운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일조차 버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과 마음의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며 친화력도 좋아지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덜 부담스러워하게 되어 잠시 착각했을 뿐,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성향으로 변모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철저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을 반드시 남겨 둔다. 내 체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