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중 빨래를 가장 좋아한다. 통돌이 세탁기에서 축축한 빨래를 꺼낼 때 상쾌하고 시원한 향기가 나는 바로 그 순간이 좋다. 집안일을 하며 향기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바로 그런 점에서 빨래는 특별하다. 게다가 기계가 내 일을 대신해준다는 기분이 들어 부담이 덜하다. 옷감을 구분해 세탁기에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르는 건 나지만, 적어도 빨래가 돌아가는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밥을 먹을 수가 있다. 반면 설거지는 내 손에 물을 묻혀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와 내 룸메이트의 집안일 성향이 갈리는 것 같다. 빨래보다 설거지를 좋아하는 그녀는 깨끗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고, 식기를 문질러 닦으며 내가 빨래를 하는 것과 같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살기 시작하면서 건조기라는 신문물을 접하게 됐다. '건조'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탁물에 단 1%의 수분도 남겨두지 않는 이 기계는, 햇빛 안 드는 자취방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하고 있다. 바싹 마른 뜨끈한 옷을 건조기에서 꺼낼 때면 마치 오븐에서 뜨거운 빵을 꺼내는 기분이 든다. 유일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옷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 하지만 나는 이제 건조기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처음부터 건조기에 돌려도 괜찮은 옷만 산다. 건조기의 열을 못 버티는 나약한 의류는 우리 집에 머물 수 없다.
기술이 발전했다곤 하지만 세탁기와 건조기 역시 소모품이다. 고장 없이 오래 쓰려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필터 청소는 기본적으로 자주 해주어야 하고, 건조기의 경우 내부에 습기가 차지 않게 잘 관리해주어야 한다. 장시간 무리해 사용하거나 내부 관리를 해 주지 않으면 빨래가 영원히 마르지 않는 기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향기롭고 따뜻한 빨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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