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케라또 : 에스프레소, 얼음, 설탕을 넣고 흔들다
집 앞 카페에는 샤케라또,라는 주문하기에 머뭇하게 될 정도로 낯선 이름을 가진 커피를 팔고 있다. 그 맛은, 샤케라또의 원조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커피믹스로 타낸 냉커피 맛에 가깝다. 시원하고 부드럽고 달달하며, 위에 가득 올려진 거품은 솜사탕처럼 기분을 붕 뜨게 만들어준다. 샤케라또처럼, 어려워 보이지만 친밀한 요소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
빙글빙글 전 세계를 돌아 유럽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샤케라또라는 낯선 커피가 한국의 오리지널 냉커피 맛과 유사하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하다. 무엇이든 어렵게 보이는 것들을 두려워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를 믹싱 한 듯하지만 "사실은 믹스커피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르신." 하고 카페 직원들이 말을 해준다면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어른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노키즈존에 이어서 노시니어존까지 나오고 있고, '어르신이 있어서 젊은이들이 어르신 근처 자리에 가 앉지 않습니다'라는 카페 점장의 무례한 쪽지로 세간이 떠들썩하여 정말이지 마음이 좁아진 사회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한다. 이러다 노 한국인 존까지 나오는 것은 아닐지? 해외에서는 이미 그렇다.
얼마 전 호주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문화라고는 하나, 공간 곳곳에 인종차별을 연상하게 만드는 얼굴 찌푸린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동양인인 나와 마주치고는 얼굴을 크게 찌푸리거나, 욕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한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를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길을 걸어갈 때 호주의 카페 통창 벽면에는 어떤 문구가 쓰여 있을까. 노 한국인 존을 지양합니다,라는 문구를 찾을 수 있다.
보다 정확한 워딩으로는 '우리 가게에서는 어떤 소수인(minor)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게에 있을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내가 저 마이너에 한국인이 속한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호주에 한국인을 마주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인종이라는 단어에는 한중일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고, 동북아라고 하면 중국인, 일본인까지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니 호주에서 한국인은 완벽한 소수자라고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내가, 호주와 같은 3세계의 공간에서는 또 다른 배제할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밀어내고자 하는 오만함을 조금 더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이라는 호주의 77분의 1만큼의 면적을 보유한 좁은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노시니어존,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회 곳곳에 배제시켜야 할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 한편, 호주에서는 사회에 노 한국인 존이 너무도 만연하여, 역으로 '노 한국인존'을 줄이고자 '소수인 환영' 팻말을 걸고 있다. 이 사실을 내가 잊지 않고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