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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 Oct 15. 2023

괄호와 애도

소천 : 하늘의 부름을 받다. 죽음의 다른 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많은 사람이 울었다. 시골집 한 쪽 벽면에는 김칫국물 자국이 검은 밤의 불꽃놀이처럼 가득했는데, 할아버지가 화가 날 때마다 밥상을 벽을 향해 엎어서 그랬다고 한다. 나쁜 사람이었어요, 어머니에게 할아버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 한다면 저 문장이 먼저 나올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발인이 끝난 며칠 뒤 어머니는 설겆이를 하면서 눈물을 훔친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어보기도 전에 나의 기척을 알아채시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데, 얼마나 울었던지 휴지조각이 눈의 앞과 뒤에 말라붙어 있다. 얼굴에 휴지조각이 묻었네, 하니까 손을 행주로 닦고 화장실로 가서 조각들을 떼어낸다.


증오 안에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괄호가 숨겨진 것일까. 지지고 볶은 세월들을 복기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면서도, 막상 그 상대가 더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눈물이 난다. 그 눈물은 미운정이 들어서 보고싶은 마음에 흘리는 눈물일까, 아니면 내 분노와 억울함과 망가져버린 순수는 그대로이나 원망할 대상이 사라져버린 것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불쌍하다, 하는 내 인생의 눈물이라면 더 슬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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