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톱 식빵에는 감이 중요하다

빵을 굽는 시간

by 헤이

틀 안에서 반죽이 봉긋하게 부풀었다. 매끈한 표면에 칼을 대기 직전이었다. 원루프형식으로 만드는 버터톱 식빵은 윗면을 칼로 잘라서 버터를 덧바르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 칼집이었다. 너무 얕게 가르거나 버터를 적게 바르면 윗면이 덜 벌어져서 모양이 안 나왔고, 너무 깊게 가르면 위쪽으로 반죽이 나와서 옆면이 움푹 들어갔다.


평소처럼 발효 냄새가 실습실에 가득 퍼졌다. 칼을 쥐고 무심한 표정으로 서있었지만 속으로는 '대체 적당히가 뭐지'라는 혼란에 휩싸였다. 무슨 일이든 중도가 어려웠다. 그냥 꾸준히 노력해서 절대적인 양을 늘리는 일이나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은 쉬웠지만, 이상하게 요령이 부족했다. 어쩐지 다들 내게 "FM 같아요"해서 "그렇지 않아요"하고 답했는데, 그 답변마저 FM이었다.


운전면허를 따러간 날도 그랬다. 기능시험에서는 명확한 코스와 공식이 있어서 그대로 따르면 됐다. 주차 방식도 모두 알려주니 어려울 게 없었다. 반면 도로주행에서의 돌발 상황에는 대처하기 어려웠다. 일단 중앙선부터가 문제였다. 중앙선에 너무 가깝거나 조금 멀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똑같아서, "그럼 저 주황색 선이 차량에 정확히 어느 지점에 와야 맞을까요?"하고 물었다. 그때도 "감이지"라는 무림고수 같은 답변을 들었다.


이건 무슨 감 떨어지는 소리일까. 나는 그런 모호한 답변이 가장 어려웠다. 학원 원장님에게도 반죽을 돌리려면 정확히 몇 분 정도가 필요한지 물었지만, 원장님은 유유히 책장을 넘기며 "감이지"라고 답했다. 감, 대체 감이 뭐길래 다들 감이라고 하는 걸까. 고수는 공기를 느낀다는 그런 걸까? 홀로 고민하다가 AI와 대화했는데, AI마저 나보다 유연하게 느껴졌다. 살짝 인간으로서 위기감이 들었다.


요즘 학원생들과도 조금씩 교류를 시작했다. 첫 소개시간은 무척 괴로웠지만, 그 기억도 희미해졌다. 아니, 역시 다시 생각해도 그 소개 시간은 괴로웠다. 실습은 대체로 2인 1조로 이뤄졌다. 매일 한 칸씩 옆으로 이동했더니 짝도 조금씩 달라졌다. 몇 번 마주쳤다고 친밀감이 돋아서 대화를 시도했다. 사실 나는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둥글리기는 그 정도만 해도 돼요"하고 조심스럽게 알려주는 짝 덕분이었다.


짝에게서는 묘하게 고수의 기운이 풍겼다.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풍채까지 느껴졌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나와 다르게 다리 한쪽을 의자에 자연스럽게 기대고 앉은 모습이 편안하게 보였다. 곁눈으로 슬쩍 살피니 종종 테이블에 엎드리기도 했다. 톡 쏘는 말투를 지닌 원장님과도 쉽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분명 나보다 어렸지만 서슴없이 선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찾던 유연성을 지닌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새벽부터 이미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자격증을 더 취득하기 위해서 학원에 온 경력자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빵이 구워졌다. 다행히 정확한 모양으로 나왔다. 아직도 적당한 깊이를 모르겠고, 짝에게 얼마나 다가가도 되는지 모호하며, 원장님의 책장은 어느덧 반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야 세 번째 시간이었다.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깨문다고, 모르는 부분은 감이 아닌 정확한 치수로 적어 외웠다. 그렇게 공정과정을 하나씩 세밀하게 쓰기 시작했다. 원장님이 쓱 지나가며 "제빵은 이론보다 감이 중요해"라고 했지만, 아직 감이 없다면 이론이라도 쌓는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감이 잡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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