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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ug 19. 2022

바닷물에 폰이 빠졌을 때 생긴 일

여름을 맞아 정동진 독립영화제에 갔다.

걱정과는 다르게 날이 좋았다.


서울에서 세시간을 기차를 타고 정동진역에 도착하자 마주한 바다.

햇빛 가득한 모래사장 위에 돗자리를 깔고, 썬그라스를 꼈다.

현금 만원을 주고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간 튜브도 빌렸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제법 튼튼해보이는 방수팩 안에 핸드폰을 넣고,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폰을 방수팩 안에 넣고 잠금장치를 잠그면서 어느 정도의 결심을 했다.


중고로 사서 3년이나 쓴 아이폰7이 혹시 바다에 빠지더라도, 개의치 말고 이번 기회에 폰을 바꾸자고


이번 여행에서는 바다랑 영화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좋은 곳에 갈 때 마다 사진을 찍으려고 시간을 들이는 것도. 사진을 잘 나왔나 살펴보며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고르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열심히 인스타 피드를 채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곳에 가면 왠지 멋진 사진을 찍어 남겨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마치 그래야 정말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사진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도, 끊임 없이 새 알림이 올라오는 각종 단톡방, 스팸 메시지로부터 해방되고 싶기도 했다. 


바로 바다로 달려가 오랫만에 튜브를 타고 바다를 둥둥 떠다녔다.

자유롭게 중력 따위는 없는것처럼 


파도치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시원했고, 바다물을 파랗게 요동쳤다.


튜브에 몸을 맞기고 떠다녔다..


아 아무 걱정 없는 즐거운  이 순간


사진이라도 찍을까? 핸드폰을 보는 순간. 튜브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나처럼 폰도 찰랑 찰랑 방수팩 안에 바닷물 안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헐 망했다! 밖으로 나가서 폰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래 오래 버티긴 했어. 배터리는 엄청 금방 닳고, 앱 하나 실행할 때마다 숨을 고를만큼 오래걸렸으며,

심지어 요즘은 전화 중간에 꺼지고 sim없음 이라고 뜨기도 했다.


사진은 어찌나 많은지 열심히 찍어두었지만 용량만 차지하는 각종 이미지와 동영상들로 저장공간은 늘 부족했다. 사진 정리해야 하는데 하면서 괜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느낀 것이


나를 구속하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귀찮은 연락과 자잘한 메시지로부터 여행와서 좋은 사진과 게시물을 남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폰이 풍덩하고 빠졌을 때 오히려 좋다고 느꼈다. 폰 없이 다니는 여행은 괜한 아무 생각할 것 없이 편했다. 사진찍어야지 하는 마음의 압박도 없고, 자잘한 연락에서부터 멀어져 그냥 이 순간에 있을 수 있었으니깐 


하지만 몰랐지 그 이후 어떤 일이 새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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