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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Sep 30. 2022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 부럽다.

아니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요즘 그냥 되는대로 산다.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빨래가 쌓이면 빨래를 하고,

틈틈이 부업을 하고, 불안해 한다.


집에 오면 쌓인 집안일을 뒤로 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든다.


세상에는 재밌는 일이 많은데, 또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정산 마감일에 맞춰 정산을 하다가, 부업으로 스마트스토어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안 팔리면 불안해져서 자꾸 뭐라도 해야할 것 같다.


아 상세페이지도 수정해야 하고, 광고도 올려야할 것 같고, 리뷰도 받아야할 것 같고

마음은 불안한데 뭐부터 할지 몰라서 빙글빙글 불안해하다가 하루가 간다.


지저분한 책상과 정리 안 된 서랍 안에 굴러다니는 영수증처럼 

내 머릿 속 생각들도 흩어져서 떠다닌다.


이 걸 하다가도, 저 걸 해야할 것 같고, 미쳐 못 한 다른 일이 떠올라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 ADHD는 팝업창 100개 켜놓은 인터넷 화면 같다고 했는데 맞는 말 같다.


켜놓은 생각들이 주파수 겹치는 라디오처럼 윙윙거리고, 

계약직 인생처럼 불안한 내 미래가 날 답답하게 하고,

그럼에도 오늘 하루의 도파민을 찾다가 뇌를 제대로 끄지도 않고 잠에 설핏 든다.




병원에 갔다.


" 자꾸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요. 요즘 회사 일도 하면서 사이드로 다른 일도 하고 있는데 늘 정신이 없고 산만해요. 그냥 하루하루 할 일 하면서 사느라 제 미래나 저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투 잡을 하면 ADHD가 아니라도 정신이 없을 거에요. 그리고 꼭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아요. 그냥 오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도 좋을 거에요."


짧은 상담을 끝내고 3주일치 콘서타를 타고 집으로 갔다.


요즘은 잠시라도 짬을 내서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있어보거나,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계속 알림이 울리는 단톡방, sns, 자기 계발 유튜버의 이런 저런 조언들.


마음은 조급하지만, 팝업창 100개 다 열어두면 속도만 느려지니깐

일단은 체크리스트 항목 하나씩 지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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