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들 버리기
하는 일도 없는데 하루가 지나갈 때가 있다
쌓여있는 설거지를 뒤로 하고 침대에 누워도 뒤척이다 잠이 든다. 가계부도 써야할 것 같고 미래 계획도 세워야할 것 같고, 주말에 갈 캠핑 짐도 미리 챙겨야할 것 같은데 너무 지쳐서 그냥 누워있다.
된장찌개에 넣으려다 싹이 난 감자와 먹거리 워크숍에서 받아온 상해가는 텃밭 채소들. 냉장고 재고 관리, 나 먹고 씻기고 입히기 만 해도 하루가 버겁다
습관적으로 키는 인스타와 유튜브 피드 속에는 내가 모르면 안 될 정보들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가을인데 단풍도 봐야하고 억새도 봐야하고, 지금 맛있는 음식과 가보고 싶은 행사들.
한 편에서는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를 보면서 뿌리염색을 할 게 아니라 검게 염색하고 나도 집에서 머리를 잘라볼까 하고 극단적 생각까지 한다.
일주일치 반찬을 만원으로 만드는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만들어서 도시락 싸고 다닐까 하다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맛집 정보를 스크랩한다.
뒤죽박죽 나란 인간
겨울 이불 꺼낼 시간이 없어서 연차를 냈다.
정확히는 나를 돌 볼 시간
계절에 맞게 옷을 정리하고, 이불을 꺼내고 세탁하고 넣고, 잡동사니 모여있는 짐들을 분류해서 홀더를 못 찾아 켜지 못하고 있는 인센스도 켜보려고.
뒤죽 박죽 자란 테라스 텃밭을 보고 너무 나 같아서 웃음이 났다. 어디까지 잡초이고 어디까지 내가 키우는 건지 모를 식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2년 전 깻잎인 줄 알고 열심히 키웠던 레몬밤의 씨앗들이 어디선가 계속 자라서 화분 곳곳에 자라고 있고, 고추, 오이, 방울토마토 양껏 심었으나 수확물은 작고 소중하다.
한 화분에서 정해진 양분으로 자라는 식물들. 받는 햇빛, 흙이 한정적이라 가지치기를 해줘야한다.
그래서 급한대로 그냥 속으로 잡초로 보이는 친구들을 뽑아냈다
물을 제 때 못 줘서 시든 해바라기도, 가지치기 못해줘서인지 (뭐 때문인지) 작게 자라는 고추도 조금 더 잘 자라주길 바라면서
복잡한 내 머리 속 자잘한 잡초 같은 생각들도 뽑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