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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28. 2022

다니던 병원을 바꿨다.

ADHD 진단을 받고 병원을 다닌지 1년 남짓이 됐다.

처음에는 병원 가는 것이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가 겪던 답답함에 대해서 말하고, 약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그만큼 질문 거리도 많았다.


선생님이 상담해주시는 내용도 좋았고, 빈 속에 마시는 맥주처럼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콘서타도 신기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건가 싶기도 했고, 상담가기 전에 할 말을 미리 모아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약을 타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증상에 대해서도 알고, 필요한 약의 용량도 이제는 적당히 알게 되었으니깐


하지만 그래서 좀 답답한 것도 있었다. 

잘 지내고 있었는지 묻고, 결론은 콘서타 증량할지 감량할지, 우울증 약 정도를 더 처방할지 정도로 끝이 나는 진료가. 늘 붐비는 병원에는 다음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짧은 상담으로 큰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지만 쉬는 날 따로 병원을 가기 위해서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요즘은 에너지가 별로 없어서 최대한 동선을 단순화시키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니는 직장 건물에서 친구를 마주쳤다.

내가 다니는 회사 건물에 있는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비슷한 결의 친구였기에 그 친구가 다니는 병원이라 안심이 됬고, 직장과 같은 건물이면 따로 시간 내서 병원 가는 피곤함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


내 기준 가장 중요한 여의사 선생님 일 것. 늘 다니는 동선에서 가까운 병원이어서 한 번 바꿔볼까 싶어 전화로 먼저 문의를 했다. 


다행히 ADHD도 진료한다고 했고, 초진을 잡기 위해 예약을 했다.


바꾼 병원 첫 진료하던 날


ADHD 진단 받은 이야기와 꾸준히 먹고 있는 콘서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니던 병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의 초진이기도 하니 다시 기초 검사를 받고 싶다고도 말했다.

우울과 불안. 하나도 없이 말끔하게 사는 현대인이 있을까 싶지만


그새 조금씩 늘어서 약이나 다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까봐


콘서타를 먹으면 평소보다 집중이 잘 되서 출근 전이나 집 밖을 나가기 전에 먹기는 하지만, 처음보다는 효과가 미미해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겨울이라면 우울해진다고. 그러면 계절성 우울증약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처방전도 받아오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콘서타가 당장 필요해서 온 건 아니고 진료를 받아보고 싶었다고, 따로 시간을 내서 병원 다니는 것이 버거워서 가까운 병원으로 오고 싶었다고 답했다. 



약 하나 먹는다고 뿅하고 사라지는 약도 상담 한 번에 해결될 고민도 없겠지만.

그냥 뭐라도 필요한 날. 다니는 병원이 있는 건 큰 도움이 된다.


겨울이라 한 없이 우울해지고, 집 밖을 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질 때 처방 받을 우울증약이 있다면 기댈 곳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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