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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r 17. 2023

38살에 자전거 배우기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어릴 적 여의도에서 친구들이 자전거를 탈 때도 여행가서 다들 자전거를 타고 다닐때도 자전거를 못 타서 혼자 있었다.


한강 근처에 살면서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게 큰 손해처럼 느껴졌지만 배울 엄두가 안 났다.


3년 전에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체육공원 트랙에서만 돌다가 한강 도로에 가서 합정-망원, 망원-한남 까지 가보는 기록을 끝으로 더 이상 타지 않았다.



핑계는 많았다. 코로나도 있고 날이 더워서 날이 추워서 비가 와서 피곤해서. 도로가 무서워서. 엘리베이터 없는 집에서 12키로 짜리 자전거를 4층 아래로 가지고 내려가는 게 힘들어서…


자전거에 먼지가 쌓인 채 3년이 지났다. 마음 속 숙제처럼 자전거 다시 배워야 하는데! 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페달 위에서 곡예하면서 타야한다는 게


요즘 풋살에 재미가 들려서 풋살장에 자주 가게 되면서 자전거에 필요성을 느꼈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한시간을 걸어갔던 날

‘자전거만 타면 금방 갈텐데.

따릉이도 있고, 집에 자전거도 있는데 다시 한 번 연습해볼까? ‘ 생각이 들어 자전거 헬멧을 들고 비장하게 한강으로 나갔다.


처음이라 따릉이 대여도 어려웠다. 어플 받고 대여권도 샀는데 거치대를 어떻게 할 줄 몰라 한참 헤맸다.

유튜브와 네이버에 검색하다가 친구에게 카톡으로 물어보고 저 거치대를 발로 차면 된다는 걸 알았다.

뒷바퀴를 들고 경쾌하게 거치대를 발로 차자 자전거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키가 작은 나는 어린이용 따릉이를 빌려서 비틀거리며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했다.


평일의 한적한 체육공원 트랙에서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넘어지려고 할 때는 브레이크를 잡으라고 알려주었다.


한 바퀴 두 바퀴가 지나자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바람도 느껴졌다. 아까 마주친 아주머니가 이제 잘 타네! 하면서 응원도 해주었다.


트랙을 돌고 돌고 잘 하다보면 한강도 가고 도로도 다니고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겠지


비틀비틀 자전거 연습이 끝나고, 호기롭게 한강에 나가 직선도로만 조금 타보다 따릉이를 두시간 꽉 채워서 반납했다.


심지어 반납할 때는 옆에서 반납하는 법 물어보는 사람에게 잠금장치를 잠그면 된다고 알려도 주었다!


남들은 다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하는 거 같아서 괜히 주눅드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도 그 중 하나인데, 운동천재 김민경님이 유일하게 바로 못 배운 것이 자전거였던 것을 생각하면서 페달을 밟았다.


내일은 더 멀리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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