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남해 팜프라촌에서 진행한 시금치 레이스를 하러 다녀왔다.
그 때는 레이스 보다는 '시금치' 라는 단어에 끌려 신청했었다. 남해에서 시금치도 캐고 직접 캔 시금치를 메고 남파랑길을 달려서 산넘고 물건너 시금치 공판장까지 가는 레이스였다. 예쁜 풍경과 함께 달리고, 걷는다니 너무 매력적이잖아! 라는 마음으로 체력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신청했었다.
첫 날은 다른 일정과 겹쳐서 첫 레이스에 참가 못하고, 둘째날 왕복 레이스에서는 예상치 못한 산길에 당황해 겨우겨우 첫번째 목적지인 시금치 공판장까지만 도착했다. 그 때 못 다한 레이스와 저질체력이었던 게 아쉬워서 다음에 온다면 더 잘 달리고,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유채꽃 레이스도 단호박레이스도 만들어보겠다는 말을 남겨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유채꽃 레이스를 4월에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달리기 연습하려고 마라톤 대회도 신청했다. 30분 이상 달려본 적도 없었지만, 10km 마라톤인 무해런을 신청하고, 3km 러닝 클래스, 3.8km 달리기 모임 등에 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달리기 거리를 늘려나가면서 10km마라톤 대회를 두 번 나가고 주 3-4일 정도 아침 요가를 하면서 체력을 키웠다.
이번 유채꽃 레이스는 남파랑길 14km+7km/ 유채꽃밭 5km 였는데, 남파랑길에 산길도 많아서 트레킹화도 하나 샀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4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한 남해. 가는 길은 늘 너무 힘들지만, 남해에 도착해서 마주한 풍경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팜프라촌에서 간단하게 체크인하고 소개를 하고, 유채꽃 레이스를 시작했다.
온통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과 인근 바닷가 캠핑장 등 두모마을을 달리면서 빨간 깃발이 꽂혀져있는 사진 스팟을 찾아 사진찍고 인증 하는 레이스였다. 초여름처럼 쨍한 날씨에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신나게 뛰었다. 작년에 와봤던 두모마을이라 조금은 지리가 익숙하기도 했다.
예쁘게 펼쳐진 유채꽃 밭을 달리고, 사진스팟을 찾아 인증하고, 남해에서 쓸 수 있는 화폐 만원도 선물로 받고, 첫 날 일정은 마무리 됐다. 이후에는 자유시간으로, 인근에 있는 상주 은모래비치에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회와 맥주도 마셨다.
둘째날과 마지막날은 남파랑길을 달렸다. 남파랑길은 ‘남쪽(南)의 쪽빛(藍)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총 90개 코스로 이루어진 1,470km의 걷기여행길이라고 한다. 걸으면서 마주한 풍경들이 너무 예뻐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달리기, 자연, 로컬에 관심이 많아서 신청한 다른 7명의 참가자들과 걷고 뛰는 길에 이야기도 나누면서 끝까지 완주했다.
2박 3일간에 레이스를 마치고 , 퉁퉁 부은 발과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팜프라촌과 남해군에서 준 기념품과 선물 등으로 더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집에 돌아와 바로 뻗었지만 너무 뿌듯했다. 열심히 걷고 달리고 운동해서 다음에 더 멋진 코스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