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Sep 24. 2021

ADHD는 MBTI와 관련이 있을까?

콘서타를 먹기 시작했다.

에드피온 복용 3주차, 아침을 약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우울감은 여러가지 요인 탓(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과 햇빛 등)에 나아졌지만 여전히 산만했다.


아침에 노트북을 키면 브런치를 글을 써야해! 해서 브런치 페이지를 열고, 뉴스가 궁금해 뉴스 페이지도 열고, 하루 일정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다이어리를 펼쳤다가 보려고 산 책을 꺼냈다가 하다가 반나절이 갔다.그 와중에 시간 관리하는 법 책부터 봐야 할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보기도 했다가, 인스타도 들어갔다가 트위터도 들어갔다가 정신이 없다. 아... 나 왜이러지




나의 상태는 이렇다.

출처 : 네이버 웹툰 모죠의 일지

집에 들어오면 가끔 숨이 막힌다. 가방도 내려놔야 하고, 마스크도 벗어야 하고, 손도 씻어야 하고, 밀린 화분에 물도 줘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쓰레기도 버려야 하는데... 뭐부터 하지?


이 때 힘들어서 잠깐 눕거나 앉기라도 하면 망하는 거다. 인스타 피드를 살펴보고 유튜브를 보다가 한나절이 지나니깐. 나는 충동적이고 산만하고, 중독에 약하다. 이 모든 성향들이 합쳐져 일상생활까지 방해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거나 프로젝트팀으로 일할 때는 어떻게든 정신줄을 잡아야하니깐 늘 회의록을 쓰고 스케줄을 정리하고 일을 나눠주고, 표를 만들어 기록을 했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니 갑자기 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산만한 우주를 헤엄치는 기분. 정신줄을 붙잡고 계획적으로 나도 루틴을 가지고 살고 싶어서 찾아간 정신과. 


약을 처음 처방 받았을 때는 후련함과 걱정이 동시에 몰려왔다. 약을 먹고 상태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과 약에만 의존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우려



병원에 갔다.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우울한 건 많이 나아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산만해요."

하면서 나의 증상들을 털어놓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은 보수적으로 ADHD의 가능성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3주간 지켜보니 성인 ADHD의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ADHD의 효과적인 콘서타로 약을 바꿔서 처방해주시기로 했다.


ADHD에 흔하게 쓰이는 콘서타에 관한 글들을 찾아봤다. 먹고 나서 집중력이 생겼다는 사람도 있었고, 안경을 쓴 것 같다는 후기도 있었다. (산만하던 정신이 선명해진다고)



콘서타는 아침형 약 


일단은 적은 용량이 18mg을 처방해주셨다. 처음부터 고용량을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심장이 빨리 뛸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콘서타는 아침 8-9시쯤 일어나자마자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속 시간이 12시간 정도되니 약 시간을 놓쳐 오후 2-3시쯤 늦게 먹게 될 경우 아예 하루 건너 뛰는 것도 추천한다고 했다. (새벽까지 약효가 이어질 경우 힘들 수 있다며) 평일에만 먹고 주말에는 특별히 집중해서 해야할 일이 없을 경우 휴약하는 것도 좋다고.


"만약 늦잠 자고 싶은데 약 먹어야 하면 약 먹고 다시 자도 되나요?"

"음.. 그러셔도 되요. 다만 약을 먹고 나서 각성효과 때문에 잠이 잘 안 올수는 있어요. 그리고 두통이나 복통이 오는 경우도 있고,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식욕은 걱정 마세요. 라고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어쨌거나 콘서타를 처방받았으니 나는 일찍 일어나서 콘서타를 먹고, 술은 멀리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면 되겠지.


그리고 질문 시간



혹시 MBTI랑 ADHD가 연관이 있나요?


나는 약간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MBTI와 ADHD가 연관이 있는지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정신과에서는 MBTI를 진단적으로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어떤 성향인지 물어봐주었다.


"ENFP인데, 산만하고 과몰입하거나 금방 흥미를 잃고, 시간/ 돈 관념이 없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의사선생님은 성격이나 성향이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다는 정도의 설명만 덧붙여주었다.


사람의 성향과 성격, 그로 인해 벌이는 행동과 결과를 딱부러지게 설명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만한 특징 같은 경우에도 호르몬이 아닌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고, 최근 겪고 있는 불안이나 우울감 때문일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은 너무 복합적인 것이니깐.


추석 연휴가 껴있어서 10일 정도 후로 다시 예약을 잡고, 10일치에 콘서타 약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약이 바뀌어서인지, 이번에는 2만원이 좀 넘게 나왔다. 



콘서타 1일차


때마침 하늘이 맑았고, 날씨가 좋았고 기분도 좋았다. 콘서타를 아침에 먹고 나서는 출근길은 발걸음도 가벼웠다.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 집중력도 조금 더 생긴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산만했다. 약이 부스터라면 그래도 노를 저어가는 건 역시 나 자신이다. 하루 할 일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콘서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니깐.





다음이야기

#내 주변 ADHD, 그리고 ADHD의 관심 갖는 사람들. 생각보다 흔한가?? 

콘서타 복용 2주차 변화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항우울제-ADHD치료제를 먹고 생긴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