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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01. 2021

내 주변의 ADHD, 그리고 ADHD에 관심갖는 사람들

콘서타 복용 2주차 변화가 있을까?

콘서타를 10일 정도 먹었다. 

매일 먹진 않았고,  주말이나 술을 마실 것 같은 날은 약을 쉬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콘서타를 먹고, 물을 마시고, 밥을 챙겨 먹었다.

약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었다. 


과하게 활기찬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활기는 돌았으나 집중력은 다른 문제였다.


여전히 아침 일정을 정리해보려고 하다가 인터넷 창을 켜거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하고는 했다. 


신경 정신과 병원 4주차 방문


"잘 지내셨어요? 약은 어땠나요?"


"먹으니깐 활기가 조금 돌았어요. 처음 콘서타 먹던 날은 날씨 탓인지 아침에 기분이 좋고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그 날 백신을 맞아서 그 이후는 약 때문인지 백신 부작용인지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웠어요.

주말이나 술을 많이 마신 날 등은 건너 뛰었어요.

먹으면 확실히 활기가 돌기는 하지만, 집중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약 부작용은 없던가요?"


"커피랑 마시면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긴 했는데 그 것 외에는 괜찮았어요. 커피랑 콘서타를 같이 먹으면 안 좋나요?"


의사는 가급적 카페인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커피가 끊기 어렵다면 하루 한 두 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카페인은 금방 내성이 생겨서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약은 언제 끊을 수 있나요?"

증상이 나아진 경우, 언제든지 약은 줄이거나 끊을 수 있어요. 성인 ADHD의 경우 약으로 하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행동 치료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행동 치료는 물치치료처럼 커리큘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노력이 필요했다. 스케줄러를 사용한다거나, 할 일들을 시간 맞춰 알람을 설정한다거나, 포스트잇을 신고 나갈 신발이나 현관문에 붙혀 두는 것 처럼.


결국 약은 도움만 줄 뿐 해결은 스스로 해야 하는 문제였다.

정신과에 오면 약만 줄 뿐 해결은 안 된다고 불평하던 사람들 말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뭐 맞는 말이지.


나는 더 이상 크게 할 말이 없다고 느끼고, 다음부터는 2주에 한 번씩 와도 되냐고 했다. 

의사는 ADHD 진단도 받았고, 약도 처방했고, 크게 문제 없으면 그래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은 한 주 뒤에 진료 오기로 약속을 잡고, 4일치에 약을 처방 받아 병원을 나왔다.

(며칠 콘서타를 안 먹은 탓에 여분의 콘서타가 있었고, 그만큼 빼고 약을 처방해주셨다.)


약간은 허탈한 마음에 거리로 나섰다. 

약이 보조제 같은 거라면 이제는 내가 약을 부스터 삼아 노력을 해야겠지.



주변에 생각보다 흔한 ADHD


지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곳에서 같이 일하는 분 책상에 '젊은 ADHD의 슬픔'책을 발견했다.

나는 내적 친밀감에 물어보고 싶은 말이 235가지였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책상 위에 놓인 김초엽 작가 책에 대해 가벼운 스몰 토크가 오고 갔고,

나는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젊은 ADHD의 슬픔' 책 보시던데, 어땠어요? 저도 그거 브런치에서 봤어요.


"아 저 ADHD로 약을 먹고 있어요," 

"아 진짜요? 저도 얼마 전부터.."


그렇게 잠시 시작된 ADHD와 콘서타와 우울증약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우울증이나 각종 정신 질환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 병원을 가는 건 당연한 거다. 이런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처음 ADHD인가 궁금해서 정신과 갔다고 했을 때 주변에 그 증상으로 약을 먹고 있는 지인이 있다는 사람, 자신도 ADHD와 우울증, 수면 장애 때문에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브런치에서 봤는데, ADHD약은 어땠냐며 정말 집중이 잘 되냐고, 자신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데 먹고 싶다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


나는 성인 ADHD는 어렸을 때부터 ADHD였던 사람이 고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상태인 것이고, 성인이 되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우울이나 불안 다른 환경적 요인도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했다. 단순히 집중력 향상을 목적으로 약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방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기도 ADHD인 것 같다는 사람도 3명 정도 있어서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테스트해보라며 성인 ADHD테스트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물론 가장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 받아보는 게 좋다는 설명도 함께.



성인 ADHD는 유행인 걸까?


심리-정신 건강 쪽에도 매 년 유행하는 키워드가 있다.

혈액형이 이슈인 적도 있고, 요즘처럼 MBTI가 유행이기도 하고, 우울증일 때도 있고, 요즘은 성인 ADHD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인다.


나도 최근 유튜브 영상이나 브런치, 책 등에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병원도 찾게 되었다.


약을 처방 받으면서 제약사의 거대한  마케팅 음모에 놀아나는 건 아닐까?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우울증이나 ADHD, 공황장애, 강박증 등 정신과 관련된 병들이 이슈라도 되야 사람들이 병명을 알고, 병원도 가고 치료도 받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도 지나서 생각해보면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좀 더 빨리 도움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약으로 할 수 있는 효능은 이 정도인 것 같고, 상담을 받고 싶어서 구에서 하는 정신건강센터에 연락을 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시나 구마다 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고, 무료로 상담을 지원해준다. 상담비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상담이든 약이든 도움 받아서 내가 나를 더 효율적으로 쓰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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