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Oct 22. 2021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청소를 했다.

ADHD로 진단 받고, 2-3주 정도 콘서타를 먹다 보니 매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상담은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약은 잘 맞았는지, 다른 부작용은 어땠는지 힘든 점은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약 용량을 늘리거나 바꾸고 다음 진료 약속을 잡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의사가 해주는 것은 내 증상에 대해 살펴보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해주고, 부족하면 용량을 늘려주거나 안 맞으면 다른 약을 처방해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약간의 상담도 해주고 있기는 했지만, 결국은 아침에 일어나 약을 먹고,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은 나의 몫이기에 좀 더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뚝딱 뚝딱 잘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 계획도 세우고, 가계부도 쓰고, 명상도 하고, 홈트도 하고 집도 잘 정리하고 잘 살면 참 좋을텐데.

 


혼자하면 늘 산으로 간다. 의식에 흐름대로 산다. 

매년 사 쓰고 있는 몰스킨 다이어리를 펼치고, 계획을 세우다가 갑자기 오늘 쓴 돈을 기록해야할 것 같아서 쓰다가 갑자기 퍼블리에서 계획 세우는 법에 대해서 보다가 (글에 나온) 아티스트 웨이 책을 보고 싶어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책 예약을 한다.. 


콘서타를 먹으면 약간의 활력이 생기고, 순간적으로 선명해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 한 번 증량해준 뒤로는 약이 너무 쎄서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다. 적당한 약과 용량을 찾아가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약에 도움을 받아서 내 스스로 해야 한다.


혼자서 잘 하면 좋겠지만 어려워서 지푸라기도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구에서 하는 상담을 신청했다.

몇 번의 전화와 기다림 끝에 상담사를 배정 받아서 집 근처 정신건강 보건센터로 갔다. 


정신건강센터 상담 1회차 : 나의 루틴 찾기

일단은 첫 날이라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그 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했다.


나는 산만함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걸 해결하고 싶어서 신경정신과에 갔고, 

ADHD를 진단 받아서 약을 복용 중인데 약 만으로는 부족해서 상담이 도움이 될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복지사는 병원처럼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부터 상담을 하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산만하고 계획 못 세우고, 충동적인 성향을 고치기 위해 일단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계획표부터 세워보기로 했다. 


하루 일과 시간을 나눠서 무슨 일을 할 건지 루틴을 짜보고, 이 주간 해본 뒤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계획 세운대로 못 하더라도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못한 이유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했다. 


음 일주일이 지난 지금 고백하자면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병원도 가고 상담도 받으러 가는데, 계획을 지키고 가봐야겠다. 


우당탕탕 청소하기 


젊은 ADHD의 슬픔 책을 보고 있다. 책의 저자도 산만하고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는데 특히 청소의 어려움에 대해서 부분이 공감이 갔다. 


나도 그렇다. 지저분한 집에서 더 정신이 없고 무기력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는 대청소 타임이 왔다. 바로 갑자기 추위가 들이닥친 것이다. 

패딩을 입기 위해서는 집을 뒤집어야했다. 좁은 집이라 수납형 침대를 쓰고 있는데 겨울옷이 매트리스 밑에 있는 수납 공간에 있었다. 그래서 침대를 뒤집고 겨울옷을 꺼내고, 여름옷을 집어놓고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나는 또 길을 잃었다. 어디서 부터 청소하지. 답답한 마음에 책장에 있던 1인 가구 살림법 책도 보고 심플하게 산다 책도 봤다.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안 보는 책도 버리고, 필요 없는 서류도 버렸다. 

냉장고에 상한 야채도 버리고 찬장도 정리했다.


추위 탓에 식물들을 테라스에서 방에 들이느라 선반도 부족해졌는데 정리하고 나니 공간도 생겼다.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계획과 우당탕탕 실천들이 모여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주변의 ADHD, 그리고 ADHD에 관심갖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