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인 걸 알면서도 사는 복권처럼
매주 습관처럼 연금복권을 산다.
확률상 안 될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니 그 것보다 그냥 뭐라도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연금복권
가슴 속에 2000원쯤은 품고 다닌다.
한 주를 버틸 힘. 연금복권을 사기 위해서.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연금복권은 아무데서나 팔지 않는다.
판매하는 편의점도 별로 없고, 복권방에서는 다 팔기는 하지만 위치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 주에 한 번쯤은 일부러 길을 돌아간다.
이유는 단 한가지. 연금복권을 사기 위해서.
로또도 몇 번 사봤지만 너무 정이 없다.
끝자리 하나만 맞아도 1000원이 당첨되는 연금복권과 달리 연금복권은 얄짤없다.
숫자 다 맞추지 않으면 꽝이다.
30번? 50번 넘게 연금복권을 구입했지만 최대 당첨금액은 2000원이다.
그래도 가끔 1000원씩 당첨되니깐 맞추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종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한 주를 버티는 효과도 있다.
만약 연금복권이 당첨되면 뭘할까? 하릴없는 상상을 한다. 망상을 펼친다.
고양이를 키워볼까? 리트리버를 입양해올 수 있을지도 몰라! 취미로 돈 벌면서 돈 안되고 재밌는 것들이나 할까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다음 달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숙소에서 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부담 없이 놀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전국 페스티벌 축제 영화제 맛 따라 멋 따라 다닐 수 있겠지?
서핑도 배우고 운전도 배우고 그냥 세상 모든 걸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작은 종이 한 장에 이렇게 망상을 펼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생활방역사
3주 전부터 출근한 동네 생활문화센터
희망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근무를 하고 최저 시급을 받는 일자리다.
코로나 시대에 만들어진 공공일자리로 나는 햐루 4시간 주 5일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근무지는 공연장과 비주류 예술인을 위한 연습실 대관을 하는 곳으로, 나는 그 곳에 오가는 사람들의 QR코드와 온도체크, 방역 등을 관리하고 있다.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와 달리 주로 예약-대관한 사람들만 드나들어서 예측할 수 있는 점이 평화로웠다.
연습실과 커뮤니티실, 공연장들을 소독제로 방역하고, 문단속을 하고, 대관 하는 팀들 체크인을 도와주고 체크아웃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남는 시간에는 노트북으로 글도 쓰고, 다이어리로 끄적거리고, 책도 조금 본다.
살균티슈로 테이블이나 피아노 위를 닦을 때 뿌듯함도 느끼고, 엠프에 블루투스 연결 테스트할 때 좋은 음향에 놀리기도 한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주 5일 글을 써보려고 했다.
루틴한 삶, 적당한 근로와 고정적인 작은 수입, 그 외에는 뭔가 나의 능동적인 활동과 모험심과 창업 정신으로 채우려고 했다. 귀찮음과 산만함에 흩어졌지만, 다시 마음 잡아야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육체 노동을 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하는 작가 이야기가 신선했다.
아마 나도 지금 조금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손 깨끗하게 씻고, 매일 온도를 체크하며 올해 말까지는 열심히 써야지.
나도 뭐라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