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학에 입학한 저는 농구 경기를 뛰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농구를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두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경험을 꿈꿨지만, 그럴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문제는 저뿐만 아니라 농구를 사랑하는 많은 여자 농구인이 겪었던, 외롭고 답답한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저는 어엿한 여자 농구인이 되었습니다. 어엿하다는 단어를 사람마다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저는 제가 코트 위에 머무를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종종 행복을 느낍니다.
몇 년 동안 농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회를 나갈 때마다 보는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지만 그들 모두 코트 위에 서면 상대를 이기기 위한 얼굴이 됩니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포효하고, 지면 울기도 하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농구로 가득 채우는 그런 사람들이죠.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나 치열하게, 이렇게나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삶이 기록되지 못한다는 것이요.
여자 대학 농구 동아리는 오늘도 코트 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2024년 KUSF 클럽챔피언십 여자 전국 예선에는 무려 31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2019년에는 10팀에 불과했던 참가팀 수가 5년 만에 3배로 증가했죠.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여자 대학 농구의 저변이 넓어지고, 더 많은 이들이 농구에 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WKBL은 대학 여자 농구부에 대한 후원을 이어갔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회도 점점 다양하게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여자 농구인들이 처음 농구를 시작하는 환경에서 팀을 구성하고, 연습할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며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도전들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전국 제패라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여자 대학 농구인들은 각자 졸업 전에 이루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농구를 하고 싶다”, “대회에 나가서 득점하고 싶다”, “팀원들과 함께 필름스터디를 하고 싶다” 같은 소망들이요. 소소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겪는 도전이 여자 대학 농구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매거진을 통해, 저는 여자 대학 농구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다른 팀으로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우리가 농구에 품고 있는 열정과 목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자 대학 농구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더욱이 이런 기획을 하고 있으니 피드백을 맡아주겠냐는 제안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승낙해준 장민서 선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자 농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을 가진 민서가 함께해 준다고 했을 때부터, 아주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정보를 열정적으로 찾아주고, 꼼꼼하게 검수를 해주는 민서의 도움 덕분에 작업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농구를 사랑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자분들께서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