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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Apr 21. 2019

중국은 과연 자본주의 국가일까

우리 관점으로 중국 이해해선 안 되는 이유


◎우리는 남도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대개 태양을 그릴 때 빨간색을 칠합니다. 우주에 떠 있는 태양의 불그스레한 색에 뜨겁다는 이미지를 덧대 빨갛게 칠하죠. 미국·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주황색과 노란색을 많이 씁니다. 실제 태양 색에 가깝죠. 


일부 어린이들은 태양을 하얗게 칠하기도 합니다. 아직 태양이 붉다는 것을 교육받지 못한 거죠. 실제 눈에 들어오는 태양의 색은 하얗습니다. 너무 밝아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렵죠.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아는 대로 상대를 이해하고 파악합니다. 그림에 투영되는 것이 곧 자신의 인식과 사고방식인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대로, 이해하는 대로 상대를 인식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해가 잘 안돼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치든 외교든 비즈니스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국 경쟁자이자 협력자 '중국' 생각 파헤치기   


또 중국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중국 전문 연구자는 아니지만, 중국은 한국 경제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가장 큰 교역 상대국 중 하나며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합니다. 제조업 베이스의 한국과 산업 구조가 대칭적이고 스타트업을 통한 신기술 확대 전략도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습니다. 경쟁하는 것만큼 협업하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중국과 계약을 맺거나 협상을 할 때 우리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거래 관행이나 사고방식이 우리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회·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중국을 한국식 관점에서 이해합니다. 중국 기업들은 자본주의적 기틀 위에서 활동한다고 생각하고 거래를 시작합니다. 자기 함정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4월 10일에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이 75억 홍콩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일회성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샤오미는 이번 주식 보상을 레이 회장이 2010년 창업 때부터 2018년 홍콩거래소 상장까지 8년간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하는 보상 차원이라고 했죠. 레이쥔은 이를 전액 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


이 기사 베스트 댓글들은 '중국이 한국보다 더 선진 자본주의적'이라든가 '레이쥔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안다'는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죠. 우리들 머릿속에는 '1조원' '기부'라는 단어만 남았습니다. '어디에' '언제' '어떻게'라는 의문은 사라졌죠. 


중국에는 샤오미를 비롯해 알리바바·오보·비포 등 생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기업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기업 가치가 순식간에 수십조 원으로 치솟습니다.

샤오미의 경우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었죠.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의 경우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한국이 재벌들에게 자원을 몰아줘 대기업이 초고속 성장한 1960~70년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화웨이, 샤오미, 오보, 비포 등이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중국 내에서 이들 기업 중 독보적인 1위 기업이 없다는 점입니다. 2015년부터 시장점유율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하듯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돌아가면서 주기 때문입니다. 거대 기업을 여러 개 만들어 돌아가며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시장도 키우고 기업도 키우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당국의 투자와 기업 육성은 각 성(省) 별로, 부처별로 진행합니다. 투자 성과를 두고 경쟁하죠. 대개의 경우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정부와 커넥션이 있거나,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앞세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측건대 레이쥔 회장의 자금은 공산당 쪽으로 흘러들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는 고위 당원들에게 분배했을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알리바바의 마윈도 그런 인물 중 하나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마윈은 비명문 대학 출신임에도 창업에 열정을 갖고 거대한 온라인 유통 기업을 탄생시킨 신화적 인물로 포장돼 있습니다. 


마윈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2013년을 돌이켜 보죠. 시진핑이 국가 주석에 오른 해입니다. 시진핑은 항저우 저장성 당서기를 지낸 바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항저우계 기업인들은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항저우 대학을 나온 마윈도 그중 하나였죠. 


마윈이 떠오르면서 내리막을 그린 인물이 있죠. 라이벌로 불리던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입니다. 요즘은 완다그룹의 중국 내 입지는 급격히 쪼그라들었죠. 최근 마윈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공산당으로서는 마윈은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중국은 빈부 격차와 공산당 간부의 부패가 심각합니다. 인민들의 애국심이 강하지만, 당에 대한 불만을 가진 바닥 정서도 팽창하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치솟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미국식 모델을 차용했습니다. 바로 성공한 ‘흙수저’ 기업인을 앞세우는 것이죠. 중국은 성공의 기회가 열려 있으며, 인민들도 열정을 갖고 창업하면 마윈처럼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습니다.


중국의 시장은 거대합니다. 사실 이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인 스타트업을 크게 키우면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합니다. 마윈은 공산당과의 끈을 잡고 공산당 시나리오의 주연을 맡은 것이죠. 요즘 마윈이 한발 물러났죠. 마윈은 알리바바를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이 기업을 자신이 차지하려 했단 게 중국 쪽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공산당으로부터 용도폐기당한 겁니다. 




공산당에 충성 서약을 맺고 잘 나가는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 취급을 받고 있는 화웨이입니다. 블룸버그가 화웨이가 만든 구글 서버 장비에서 좁쌀만 한 슈퍼마이크로칩을 발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죠. 캐나다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됐고, 화웨이 간부가 폴란드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화웨이의 슈퍼마이크로칩.


재미있는 점은 애플은 자기네 화웨이 장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이죠. 구글에 문제가 있었다면 애플에 문제가 없을 리 없습니다. 화웨이의 장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천문학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 화웨이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대개 전자·통신 기업은 정부 발주를 통해 성장하고, 국가 안보와도 밀접하게 관련을 맺기 마련입니다. 화웨이는 사실상 공기업이며, 사업과 투자 모두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화웨이의 정책 결정은 정부의 결정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런정페이 회장 역시 군 출신입니다. 


화웨이는 해외로부터 투자를 안 받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런정페이 회장은 "상장은 안 되며, 투자업계 인사를 만나지도 말라"라고 임직원들에게 지시합니다.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30억 달러를 화웨이에 투자하려고 했다가 문전박대당하기도 했죠. 모건스탠리도 화웨이를 미국 기업의 문법으로 해석했다가 망신을 당한 겁니다. 화웨이로서는 해외투자를 받았다가는 기업의 자금 현황과 사업 내용, 인적 구성, 정부와의 관계 등을 모두 주주에게 공개를 해야 하죠. 화웨이가 외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국 기업과 당국의 행태에 대해 깊게 알고 있는 전문가나 기자들도 국내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밀한 얘기를 다루기보다는 중국 시장의 거대함과 발전 가능성 등 피상적인 얘기만 주로 다룹니다. 중국의 폐쇄성으로 팩트 확인이 어려운 데다 중국에 비판적인 글을 쓰면 입국 금지, 추방 등의 패널티를 받기 때문이죠. 중국과의 꽌시를 관리하기 위해 비판을 피하기도 합니다. 


미국에 강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로 중국은 '대국굴기'라는 말을 삼가고 있습니다. 다시 '도광양회'에 들어갔죠. 그러면서 투자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져가고 싶어 합니다. 외화 유출과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최근 들어서는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언제 다시 고삐를 조일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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