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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Apr 21. 2019

언론사가 지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홍보기사 대가로 지분 요구하는 언론사 VC 등장


오늘은 조금 비판적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론사의 스타트업 투자와 관한 얘기입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형 벤처캐피탈 관계자 분께서 분통이 터진다는 듯 말씀하시더군요. 국내 유력 신문사들이 벤처캐피탈(VC)을 만들어, 홍보성 기사를 써 주는 대신 지분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광고비도 아니고, 지분이라니…."


항상 자금 기근에 시달리는 스타트업들에게서 광고비를 얻어내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기사를 써 준 스타트업이 언젠가 크게 성장했을 때를 대비해 지분을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언급된 언론사 지인들에게 확인해보니 대략 맞는 것 같더군요.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는 다들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그간 적지 않은 스타트업, 유니콘들이 언론홍보의 덕을 본 것도 맞습니다.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비바리퍼블리카 등도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이들이 보도를 탄 것은 언론의 공익적 역할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다만 칭찬 기사든 비판 기사든 언론이란 플랫폼을 통해 알려지고 홍보됐으니 언론사들의 이런 요구를 일견 이해 못할 것도 아니란 생각은 듭니다.


그렇지만 지분 요구는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가 스타트업 홍보에 역할 발휘를 했다면, 그것은 상호 간 친분 등 관계 형성의 과정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한 뒤에 소싯적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언론사에게 홍보예산을 우선 집행한다든가, 공동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 기업의 공동 주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언론사의 이런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거꾸로 언론사를 잘 활용하면 급성장 할 수 있다고 기대해 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모험 투자는 안 하는 국내 언론사들의 특성상 시리즈 A에서 B 단계로 접어드는 스타트업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익 발생을 앞두거나 추가 투자를 받아 스케일업에 나서는 기업들이죠.


만약 언론사가 기업 지분을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해당 언론사는 앞으로 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기사로 펌핑을 할 것입니다. 경쟁사가 떠오르면 악의적 기사로 격추시키려 하겠죠.


언론사에 지분을 내준 스타트업은 해당 언론에 광고를 몰아주게 될 것입니다.(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정부 혹은 원청 기업에 불만이 생기면 먼저 언론사에 찾아가 손 봐 달라 얘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 순간 공정거래는 딴 세상 얘기가 돼 버리죠. 


더구나 모 언론사는 자기 계열사 중 자본시장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를 통해서 VC 리그테이블을 만들고 있다고도 합니다. 같은 그룹사 VC의 순위를 높이고 경쟁사들을 깎아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익을 지향하는 언론사가 할 일은 아니죠.


멀리 봤을 때 스타트업 생태계가 혼탁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기사를 통해 지분의 몇 %를 요구할까요. 5%? 10%? 매체, 기사 중요도, 노출 횟수 등등 조건은 다양하겠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지분으로 얼마나 어떻게 환산할지도 막막한 일입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기사와 지분을 스왑 하는 형태는 아닐 겁니다. 실제 자금을 투자하기도 할 것이고, 계약 조건이나 투자 시점 등등 경우는 다양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경영 승계 혹은, 네트워킹 목적은 아닐까. 현재 VC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인 언론사 중 많은 경우가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습니다.


언론사 오너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자녀가 VC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VC를 통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확보, 이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후계자가 가진 스타트업 지분을 언론사 지분과 스왑 하려는 건 아닐까. 물론 상상의 영역입니다. 


또 법적인 이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입니다. 언론사나 투자 회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입니다. 금전적, 경제적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위력 관계에 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김영란법은 유명무실화됐죠.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또 지주회사법 위반 가능성입니다.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내 대형 언론사들은 대부분 지주회사 체제며, 지주회사로 전환한 언론사들은 제도적으로 VC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신기사나 창투사로 사업자를 등록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제게 말씀을 해 주신 분은 언론사 VC라고 불렀지만 업계에서만 VC라 부르고 실제로는 스타트업 기사만 주로 써주는 새로운 언론사를 만든 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일 거란 생각에 더욱 확신이...) 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경험이 있는 언론사 VC라면 실제 VC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회사는 종합지 1곳, 경제지 6곳입니다. 앞 이니셜은 D·M·H·M·F·E·A입니다. 



PS. 참고로 이 내용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음 하는 바람입니다. 다만 저한테 피해가 올 수도 있는 관계로 이 얘기가 어느 정도 전파되고 나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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