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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Jul 16. 2019

뇌(腦)와 넷(Net)의 만남, 머지 않은 매트릭스

뇌파 이용한 두뇌-컴퓨터 커뮤니케이션 기술 진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배우자, 자녀, 오래된 친구 등이겠죠. 나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오랜 기간 가까이 지내면서 알게 된 것이죠. 이들이 판단을 내리게 된 데이터는 나의 ‘판단’과 ‘말’ ‘행동’입니다.


대학생 때 “사람의 성격은 수만 가지지만, 그를 보여주는 것은 선택과 행동뿐”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는 대화와 말투, 표정 등에 불과합니다. 여러 생각 끝에 내리는 행동이야말로 그 사람을 규정짓는 가장 명확한 잣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행동 역시 대개는 4지 선다, 양자택일입니다. 선택의 옵션은 많지 않으며, 그 적은 모수에서 내린 행동을 두고 우리는 판단합니다. “아 저 친구는 짬뽕보단 짜장면 스타일이군, 부먹보단 찍먹이군, 사랑보단 일이군” 50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 70억 명의 세계인들이 성격을 단 몇 가지 종류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성격을 규정짓는 단어도 한계가 있죠.


우리는 부모나, 연인, 친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기 편견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나는 주변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은 가슴이 아니라 뇌입니다. 뇌에서 감성 혹은 이성적 판단의 전기 신호가 내 생각과 말투, 성향, 행동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자기 의지나 주변인의 시선 등 환경 등에 따라서 이 언어와 행동은 제약받습니다. 입 밖으로 나온 얘기가 모두 진실이 아니 듯이요.


이 사람은 자신 스스로를 속인 행동을 했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게 되고,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죠. 그럼 가장 정확하고 솔직하게 한 사람의 판단하고, 그 행동을 예측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 자신도 잘 모르고 이해하기 힘든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중국 텐진대학교가 개발한 브레인 토커.



최근 중국에서 뇌와 대화하는 컴퓨터 칩을 개발했습니다. ‘브레인 토커’(Brain Talker)라고 불리는 이 칩은 중국의 국영 기업 ‘차이나 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China Electronics Corporation)과 ‘텐진 대학교’가 공동 개발해, 올해 5월 17일 ‘제3차 세계 정보 총회’에서 공개했습니다. 브레인 토커는 사용자의 뇌파 정보를 해독하고 말이나 행동 없이 컴퓨터로 바로 생각과 지시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브레인 토커라는 칩은 ‘두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BCIs)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http://www.tju.edu.cn/english/info/1010/4245.htm



BCI란 사람의 뇌와 컴퓨터 인터페이스 간에 통신 링크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뇌의 활동과 전자파를 언어로 해석해 전달해주는 장치죠. 반대로 컴퓨터 등에 입력된 전자 신호를 뇌에 전달해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네트워크와 뇌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미래 세상을 그린다.



2017년 영화로도 리메이크 됐던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전뇌’(電腦)나 ‘매트릭스’의 개념적 기초가 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같은 미래주의자들은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인공지능(AI)과 통합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특이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



내 뇌가 노트북과 일체 돼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컴퓨터 입력하는 나를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포털사이트를 탐험하거나, 국방부·국정원의 비밀정보 해킹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브레인 토크는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도 이와 유사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2017년 착용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헤어밴드를 개발해 자신의 생각에 따라 TV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팔이 마비된 사람이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로봇 팔을 제어할 수 있는 BCI를 만들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뇌를 네트워크와 연결해 가상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이번 공개된 브레인 토크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들보다는 훨씬 원시적이지만 앞서 공개된 여러 기술들보다는 뛰어납니다. 사용자의 생각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청취할 수 있는 연설을 만들거나, 텔레파시를 통해 테트리스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했습니다. 칩의 크기도 더 작고 의사소통도 빠르며 정밀도 역시 뛰어나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설명입니다.


뇌에 직접 내장할 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브레인 토커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톈진 대학교에 따르면 브레인 토크는 ‘BC 3’(Brain-Computer Codec Chip) 기반입니다.


일반적 입력 장치 명령이 없이도 신경 전기 신호를 통해 사용자의 정신적 의도를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은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하지만 그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얘기죠.


일론 머스크는 뇌에 칩을 삽입하는 뉴럴링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브레인 토커를 통해 휴대할 수 있고, 착용할 수 있으며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BCI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BCI 장치의 휴대성이 높아지면 건강 관리나 교육, 자기 통제, 보안, 게임, 엔터테인먼트 응용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뇌와 컴퓨터를 잇는 인터페이스를 주류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공상 과학 소설이나 만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하반신 마비의 주인공이 뇌파로 외계인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신경 세포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네트워크 제어자나 당국이 빅브라더로서 사람들의 생각과 뇌파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무서운 일도 상상해 볼 수 있겠네요. 억만장자는 이 기술을 사용해 육체적으로 영원한 삶을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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