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대다수 기업들은 자금력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상에 원유는 차고 넘치는 데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유틸리티 비용은 안정된 추세입니다.
'시간'
현재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일은 대중의 관심과 '시간'을 뺏어오는 일입니다. 특히 IT 플랫폼 기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플랫폼화와 구독경제화 된 세상에선 사용자의 많은 관심과 시간점유가 플랫폼을 강화시키고, 서비스 내 결제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다른 부가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최초 카카오톡의 강점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봤습니다.
이는 1차원적으로는 지인들끼리의 관계 구축으로 많은 사람들을 서비스 안에 가두는 것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대화를 통해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금융·쇼핑·선물하기 등의 부가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게 됐습니다.
출처=신상마켓님 블로그
물론 시간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비시간과 지출이 항상 정비례하거나 서비스마다 단위 시간당 매출이 다를 테니까요.
의류 판매 쇼핑몰은 고객의 체류시간이 30분~1시간에 불과하지만 4만~5만원짜리 옷을 구입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비해, 카카오톡을 1시간 넘게 사용해도 매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영상 시청, 채팅 등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대거 끌어모아 이들에게 쇼핑을 유도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를 5000만 명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항공 68년, 신용카드 28년, 컴퓨터 14년, 인터넷 7년, 페이스북 3년 등 하드웨어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로 넘어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가볍고,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졌으며, 디지털 생태계가 커질수록 이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입니다.
출처= 스팀잇 penguinpablo
최근 웹·앱 기반 플랫폼이나 O2O 사업자, 심지어 핀테크 사업자들이 게이미피케이션 등 재미 요소를 부과해 사용자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으로 볼 때 그간 방송사끼리, 신문사끼리, 게임회사끼리 벌이는 경쟁에서 앞으로 OTT·게임·채팅·카페 등등 여러 채널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4~5년 안에 플랫폼 간에 이합집산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하죠.
디즈니 플러스·아마존프라임과 같은 경쟁사의 부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걱정 없다. 우리가 경쟁하는 것은 포트나이트다. 패한다면 그들에게 패할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출처=플리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제작, 배급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2018년 말 기준)이 넘습니다.
넷플릭스 사용자 1억5100만 명을 크게 앞서죠.
넷플릭스는 1위 OTT 사업자로서 경쟁사와의 도전은 두렵지 않지만 사용자들의 관심이 게임 회사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한 사용자가 아침에 일어나 회사나 학교를 다녀온 뒤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하면 하루 고작 3~4시간 정도 밖에는 쏟아붓지 못합니다.
OTT든 게임이든, 이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포트나이트
평소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게임은 한번 접속하면 기본적으로 2~3시간은 즐기게 되고, 게임 내 커뮤니티가 공고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과금도 OTT보다 쉽죠.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컴퓨터·모바일·콘솔 등을 합한 글로벌 게임 유저는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 1521억 달러(약 185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가 게임보다는 폭넓고 대중적이지만, 충성도는 게임 사용자가 높습니다.
OTT는 월정액 서비스와 광고 외에는 딱히 수익 모델이 없는 데 비해 게임은 아이템 구매 등 확장형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임과 OTT 플랫폼의 결합입니다.
최근 글로벌 IT 플랫폼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거대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막 오르면서 사용자가 자기 디바이스에서 게임 클라이언트를 구동하는 게 아닌, 공급자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스트리밍 게임 사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게임도 음악이나 영상처럼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출처=Techspot
여기에는 사실상 모든 대형 IT 플랫폼 사업자가 뛰어들었습니다.
구글은 ‘스타디아(Stadia)’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조용히 클라우드 서비스만 키워가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프로젝트 X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S는 콘솔 시장에서 20년간 경쟁하던 소니와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