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럼버스 Sep 13. 2019

머지 않은 OTT-게임 플랫폼 대전

게임-OTT 융복합, 구글·디즈니·아마존 등 플랫폼·콘텐트 사업자 전쟁


현시대 기업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무엇일까요. 



자금력? 아니면 에너지?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대다수 기업들은 자금력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상에 원유는 차고 넘치는 데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유틸리티 비용은 안정된 추세입니다. 




'시간'



                                 

현재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일은 대중의 관심과 '시간'을 뺏어오는 일입니다. 특히 IT 플랫폼 기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플랫폼화와 구독경제화 된 세상에선 사용자의 많은 관심과 시간점유가 플랫폼을 강화시키고, 서비스 내 결제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다른 부가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최초 카카오톡의 강점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봤습니다.



이는 1차원적으로는 지인들끼리의 관계 구축으로 많은 사람들을 서비스 안에 가두는 것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대화를 통해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금융·쇼핑·선물하기 등의 부가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게 됐습니다.

            


출처=신상마켓님 블로그






물론 시간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비시간과 지출이 항상 정비례하거나 서비스마다 단위 시간당 매출이 다를 테니까요.



의류 판매 쇼핑몰은 고객의 체류시간이 30분~1시간에 불과하지만 4만~5만원짜리 옷을 구입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비해, 카카오톡을 1시간 넘게 사용해도 매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영상 시청, 채팅 등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대거 끌어모아 이들에게 쇼핑을 유도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를 5000만 명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항공 68년, 신용카드 28년, 컴퓨터 14년, 인터넷 7년, 페이스북 3년 등 하드웨어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로 넘어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가볍고,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졌으며, 디지털 생태계가 커질수록 이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입니다.


            


출처= 스팀잇 penguinpablo






최근 웹·앱 기반 플랫폼이나 O2O 사업자, 심지어 핀테크 사업자들이 게이미피케이션 등 재미 요소를 부과해 사용자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으로 볼 때 그간 방송사끼리, 신문사끼리, 게임회사끼리 벌이는 경쟁에서 앞으로 OTT·게임·채팅·카페 등등 여러 채널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4~5년 안에 플랫폼 간에 이합집산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하죠. 



디즈니 플러스·아마존프라임과 같은 경쟁사의 부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걱정 없다. 우리가 경쟁하는 것은 포트나이트다. 패한다면 그들에게 패할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출처=플리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제작, 배급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2018년 말 기준)이 넘습니다.



넷플릭스 사용자 1억5100만 명을 크게 앞서죠.



넷플릭스는 1위 OTT 사업자로서 경쟁사와의 도전은 두렵지 않지만 사용자들의 관심이 게임 회사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한 사용자가 아침에 일어나 회사나 학교를 다녀온 뒤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하면 하루 고작 3~4시간 정도 밖에는 쏟아붓지 못합니다. 



OTT든 게임이든, 이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포트나이트



                                       

평소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게임은 한번 접속하면 기본적으로 2~3시간은 즐기게 되고, 게임 내 커뮤니티가 공고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과금도 OTT보다 쉽죠.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컴퓨터·모바일·콘솔 등을 합한 글로벌 게임 유저는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 1521억 달러(약 185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가 게임보다는 폭넓고 대중적이지만, 충성도는 게임 사용자가 높습니다.



OTT는 월정액 서비스와 광고 외에는 딱히 수익 모델이 없는 데 비해 게임은 아이템 구매 등 확장형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임과 OTT 플랫폼의 결합입니다.



최근 글로벌 IT 플랫폼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거대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막 오르면서 사용자가 자기 디바이스에서 게임 클라이언트를 구동하는 게 아닌, 공급자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스트리밍 게임 사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게임도 음악이나 영상처럼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출처=Techspot




여기에는 사실상 모든 대형 IT 플랫폼 사업자가 뛰어들었습니다.



구글은 ‘스타디아(Stadia)’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조용히 클라우드 서비스만 키워가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프로젝트 X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S는 콘솔 시장에서 20년간 경쟁하던 소니와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아마존도 2017년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업체 게임스파크를 인수해 아마존 클라우드 AWS에 올렸습니다.


         


구글이 올해 퀼른에서 열린 게임스콤에서 선보인 스타디이 서비스. 출처=위키미디어




특이한 점은 이들 사업자들이 OTT 등 방송 사업을 이들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덧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게임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를 운영 중인데, 이를 앞으로 게임 플랫폼과 융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위치는 게임 영상에서는 유튜브보다 영향력이 강하며, 콘텐트를 제공하는 스트리머만 300만 명에 달합니다.



MS는 자사 동영상 플랫폼 ‘믹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트위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닌자'를 영입했습니다.



구글은 당연히 스타디아를 유튜브와 결합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트위치, 믹서 등은 콘텐트를 사용자가 직접 제작 유통하고 여러 사용자끼리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OTT와 성격은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지난해 유튜버 수입 상위 10명 중 5명(2017년 6월~2018년 5월 31일 기준)이 게임 리뷰어였을 정도로 게임 관련 영상 콘텐트에 대한 사용자들의 충성도와 인기는 지배적입니다.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와 영상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트리밍 영상 시청 중 스트리머가 만든 게임 방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에 넷플릭스도 자사 서비스 중에 게임 성격의 콘텐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디즈니 플러스도 자사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을 대거 선보이며, OTT와 게임을 함께 공략하고 있습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도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야후 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해 콘텐트 사업에 뛰어드는 한편,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버라이즌 게이밍’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콘텐트 왕국 디즈니는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OTT와 게임 시장을 동시 공략할 계획이다. 출처=톰스가이드



앞으로 공룡들의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막 옥수수와 푹이 합병해 넷플릭스에 대항하겠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변화가 시작됐으니 다행입니다.



다만 미국의 IT 공룡들이 이처럼 생태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는 점은 한국으로서는 부담되는 일입니다.



한국은 게임 제작과 유통 경험이 길고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그리고 한류 문화를 비롯해 세계적 콘텐트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서 크게 뒤떨어진 점은 아쉽습니다.



이미 미국과는 상당히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에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입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출처= 큐브덱스닷컴



작가의 이전글 세상은 금융·자본의 뜻대로 움직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