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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Sep 24. 2019

우버·위워크 잇딴 실패, 손정의의 베팅은 틀린 걸까

글로벌 증시 부진 속, 위기 맞은 비전펀드 


지난 10년간 미국 나스닥 등 세계적으로 기술주가 급성장한 원인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저금리 & 양적완화에 따른 금융시장 거품


2.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산업혁신 기대감



이에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엑셀러레이터나 수많은 벤처캐피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벤처 기업은 모든 투자 자산 중 최고위험군에 꼽히지만, 지난 10년, 특히 2014년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벤처 투자의 위험성은 감소하고, 수익성은 되레 올랐습니다.



부동산으로 비유하면 황무지에 상가 개발 프로젝트를 시도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익성도 오른 것입니다.



이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술 발전에 따른 사업의 성공 가능성 상승

2. 산업 밸류체인 변화를 끌어냄으로써 수익성 향상

3. 자본의 지속적 유입으로 성공 가능성 상승

4. 산업 간 융합 등 기획형 개발 프로젝트 가동

5. 레거시 사업체를 비롯한 정부, 민간, 국민적 관심 고조



                                            

이 다섯개 성공 포인트를 모두 가진 곳이 있죠.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파트너들과 손잡고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산업 밸류체인 변화를 끌어내는.



바로 비전펀드입니다.




            



  

비전펀드를 이끄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현재 제1펀드를 상장시킴으로써 투자를 수습하고, 제2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입니다.



제1펀드의 비전을 자신의 생각대로 그렸으니, 지체할 것 없이 제2펀드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것입니다.



손 회장의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결단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23일(현지시간)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냈습니다.



비전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런 기류가 비전펀드 투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https://www.wsj.com/articles/what-drove-softbanks-vision-fund-up-is-dragging-it-down-11569243411




이런 분위기는 최근 위워크의 상장 연기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초 470억 달러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위워크가 9월 말 상장을 앞둔 상태에서 월가로부터 고작 150억 달러 안팎의 평가밖에 받지 못한 것입니다.



위워크는 지난 2년간 세계적으로 영업점을 확장하며 매출 증대에 나섰지만 수익성 개선의 길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상장은 10월 중순 이후로 연기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담 노이만(Adam Neumann) 위워크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위워크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노이만 CEO를 이사회에 세워 교체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퇴출 위기에 놓인 아담 노이만.



여론전도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외신을 중심으로 노이만 CEO의 대마초를 피웠다는 기사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위워크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로 전체 지분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로서는 기업 가치 제고, 상장 성공 등을 위해 CEO 교체란 강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글 게시한 뒤인 9월 25일(현지시간) 노이만은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에 업데이트 합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입니다.



칼라닉은 우버를 창업하고 승승장구했죠.



트래비스 칼라닉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외면했던 모빌리티의 개념을 깨닫고 우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이에 일찌감치 자율주행차 등 개발에 나셨죠.



그러나 2016년부터 성추문 의혹 등이 폴폴 제기되더나 결국 투자사 측에 의해 2017년 쫓겨나게 됩니다.



어떤 창업자가 투자자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요즘 증시가 참 부진합니다.



2018년 초 한번 출렁이더니 좀처럼 전고점을 뚫기는커녕 제자리를 찾는데 비틀 거리고 있습니다.



이뿐입니까. 장단기 금리차는 역전되고, 위안화가 불안하며, 독일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오는 등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시그널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10년간 누렸던 호황의 꽃길도 끝나가는가 봅니다.



손정의 회장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도 위기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죠.



비전펀드를 만든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이자 비전펀드의 운영자인 손정의, 손정의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투자자들.


                        




비전펀드는 그간 기술 기업의 과잉 밸류에이션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지적받습니다.



우버, 디디추싱 같은 새로운 기업들에 거액을 투자했죠.



그 큰 금액을 투자하고도 2017년 3월 출범 이후 29%의 연 수익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손 회장은 투자의 달인이라는 월가에서 손가락 빠는 사이에 새로운 산업지도를 펼쳤고 투자자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부터 시작됐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며 올해 상장한 우버 주가는 현재 공모가 대비 28% 하락하는 등 비전펀드 산하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합니다. 

      




                                   




비전펀드는 '펀드'이지만 구조는 독특합니다. 전체 자본의 40%(400억 달러)를 부채 형태의 우선주로 모집한 것이죠.



이 우선주에는 연 7%의 수익률을 약속했습니다. 벤처캐피탈 펀드가 우선주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엔젤이나 시리즈 A 등 단계에서는 자금 회수를 위해 벤처 기업의 우선주에 투자하는 경우는 있지만, 투자 펀드가 우선주로 자금을 모집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손쉽게 초기 자금 모집을 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증시 부진과 변동성 확대 장 속에 이런 수익률 보장은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따져보죠. 비전펀드의 40%에 해당하는 400억 달러가 우선주며, 이 투자자들에게는 연 7%의 수익률을 보장했습니다.



즉 연 28억 달러(약 3조3500억원)의 배당금을 투자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전펀드가 연 120억 달러의 수익을 만들어 20%를 배당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비전펀드가 출범 이후 벌어들인 돈은 아직까지 64억 달러(6월 30일 기준)에 불과합니다.



돈을 벌기까지 한참 멀었는데, 당장 상환해야 하는 돈들은 불어나고.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비전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2020년 3월 말(FY 2020)까지 포트폴리오사 중 5~6개를, 내년에는 10개를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비전펀드는 규모가 크지만 큰 만큼 과잉 투자를 벌였습니다.



돈이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비전펀드는 우버 등의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 자금을 끌어와 투자 플랫폼과 기업 설비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채 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죠.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18/05/12/the-meaning-of-the-vision-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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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의 위기를 지적한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사





           

이런 가운데 손정의 회장은 1800억 달러 규모의 제2비전펀드 출범을 예고했습니다.



우호적이냐 비관적이냐 금융시장의 평가는 반반입니다.



일단 여러 투자자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투자가 결정된 곳은 소프트뱅크와 임직원의 돈 380억 달러가 전부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만 최근 사우디도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고, 제1비전펀드에서 손 회장의 독단적 운영에 불만이 컸기 때문에 아직까지 참여는 불투명합니다.



손 회장과 손잡고 네옴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는 단행하겠지만, 제1펀드처럼 우호적 자세는 아닐 겁니다.


          




어찌 보면 손 회장은 현재 굉장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손 회장이 현재 세계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의 80~90%는 손 회장의 개인기로 돌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힘 있는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이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연계했기 때문에 사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러나 최근 금융가에서는 손 회장이 역대 최악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어느 한 사업이나 기업이 붕괴하면 손 회장이 여태껏 펼친 골조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든 외생변수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만에 하나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손 회장도 칼라닉이나 노이만과 같은 처지에 놓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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