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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Oct 24. 2019

[인터뷰] 중국보다 클 인도의 핀테크 잠재력

밸런스히어로 이철원 대표

기존에 있는 시장을 '전환'하는 일과 없던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일 중에 어느 쪽이 손쉬울까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그랩 등 스타트업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신기술을 접목하는 일이 더 용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득권의 저항이 적고, 신기술로 많은 사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중국→동남아→인도 등으로 신규 시장이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가 많고 젊으며 경제 성장에 대한 열의도 뜨겁고, 기술 경쟁력도 뛰어난 지역들입니다.



인터넷 환경 등 사회 인프라 부족이 발목을 잡지만, 시민들의 기술 수요에 맞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도 인구는 2030년께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성장 중인 인도 시장에서 핀테크 사업을 진행 중인 밸런스히어로라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에 발맞춰 소액결제로 사용자를 늘려 페이·보험 등 여러 금융 상품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모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핀테크 기업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투자도 많이 받았고요.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이 대표님은 2000년 e삼성에서 구매대행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고, 국내 첫 나스닥 상장사 와이더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Charlie.lee.5381


                               

인도 사업에 대한 경험이 탄탄하고, 비전이 뚜렷하며,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은 분이었습니다.



이 대표님을 통해 인도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밸런스히어로의 현황과 계획 등을 들었습니다.


https://truebalance.io/kr/



                  






Q. 인도 시장에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A.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시작했다. 과거 회사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사업을 담당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도를 선택하게 됐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인도는 멀게 느껴지지만, 성장성과 성숙도 면에서 가장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Q. 중국이 인도보다 성장성 높고 성숙하지 않나.


A. 당장의 경제성장률은 중국이 더 높지만,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환경이 크게 변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인프라가 발전하는 등 초기 시장으로서 매력이 줄었다. 기회가 많지 않다. 인도는 지금이 적기며, 모디 정부가 들어서며 더 활력이 붙었다. 인도 시장은 뛰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뛰기 시작하면 빠른 코끼리와 닮았다.



Q. 카스트 제도가 성장의 걸림돌이지 않나.


A. 계급 문화가 남아 있고 빈부 격차도 심하다. 다만 변화가 더딜 뿐이다. 경제성장을 꾸준히 일구고 있다. 연 250만~1500만 원 정도 버는 중산층이 현재 1억~2억 명에서 앞으로 8억~10억 명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년 뒤면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Q. 인도에는 은행 등 기존 금융시스템이 없었나.


A. 있다. 그러나 일종의 라스트마일(통신의 마지막 연결 구간) 문제가 있다. 인도 인구의 70%는 시골에 살고 있는데, 은행 지점은 시골 곳곳에 깔리지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현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온라인 디지털 페이먼트에 소외됐다.



Q. 밸런스히어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A. 인도의 10억 명 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대출·결제·상거래·보험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금융 중개인이다. 현재 인도에 80만 명의 리셀러(금융 중개인)을 확보했다. 이들이 소외계층에 금융 서비스를 대신 제공한다. 인도는 선불제 충전식 페이 서비스 사용자가 늘고 있다. 예컨대 10억 명이 한 달에 3~4번 충전한다면 월 30억~40억 건의 거래가 일어나게 된다. 이 충전 시장을 장악하면 결제 서비스로 확장하기 좋다. 이 앞 단계인 잔액 확인 서비스부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충전, 또 다른 결제나 금융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Q. 리셀러의 역할은 무엇인가.


A. 리셀러들은 디지털 페이먼트를 할 수 없는 자신의 지인들을 대신해 전기료 지급, 스마트폰 구입 등 현금거래를 대신한다. 보험상품에도 가입한다. 일종의 결제대행, 보험·대출 중개인이다.



Q. 인도에서 은행 면허가 있어야 하지 않나.


A. 은행 면허는 아니며, 예금을 받고 자금을 대출하는 등의 여수신 기능은 없다.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디지털 결제를 할 수 있는 월렛(지갑) 면허를 받았다. 현재 이 면허를 받은 업체는 40여 곳이다. 외국 업체로는 밸런스히어로와 미국 아마존 둘이 전부다.

     


https://blog.usejournal.com/top-10-indian-startups-to-watch-in-2019-e534b4b9ef1b




Q. 시장 순위와 사용자 확보 전략은.


A. 현재 인도에서 실제 활동하는 회사는 10~15개에 불과하다. 각 사별로 목표 사용자가 다르지만, 대형 4개사를 제외하고는 거래량이 가장 많다. 리셀러로 시장에 접근하는 회사는 밸런스히어로가 거의 유일하다. 사용자 확대는 지인을 소개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핵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셀러 소개 방식으로 늘리는 중이다. 현재 인도 진출한 구글페이·와츠앱 등과는 공략 대상이 다르다. 



Q. '올라' 등 인도 플랫폼 기업의 소액결제 시장 진출 가능성은 없나.


A. 동남아에서는 승차 공유 회사 그랩이나 고잭이 페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라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인도의 핀테크에서는 충전이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 올라가 직접 충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버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Q. 시장 잠재력은 얼마나 되나.


A. 인도의 스마트폰 인구는 4억 명, 피처폰 인구는 7억 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년 5000만~1억 명가량 늘고 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니 그만큼 시장도 커진다. 인도는 디지털페이가 아직 확대되지 않아 e커머스 시장도 성장이 정체됐다.



Q. 현재 건당 거래액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


A. 현재 1000루피(약 1만7000원) 이하 결제에 집중하고 있다. 거래액이나 건수 모두 성장하고 있다. 회사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가 아닌 대출·할부 등이다. 소액 단기 론 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최근에는 5000루피 현금 대출도 추가했고 소액 단기 론 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Q. 금융 사용자들의 신용평가 모델이 있나.


A. 인도는 디지털 결제 인구가 적다 보니 7000만 명 정도만 신용도가 있다. 신용평가사도 없다. 밸런스히어로는 현재 7000만 명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더 많은 활동이 일어나면 상환 데이터도 쌓을 수 있게 된다.



Q. 인도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


A. 핀테크 등 디지털 정책에 적극적이다. 인도는 서류의 나라지만, 비대면 금융 생활이 활성화되는 등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현금 밖에 못 쓰는 사람들을 바꾸는 방향으로 도전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도 과거 계 등 커뮤니티에서 탈피해 디지털을 받아들이고 있다.



Q. 해외 진출이나 상장 목표는.


A. 투자자들에겐 엑시트 플랜이 중요하다. 다만 상장은 2021년에야 고민할 문제다. 상장한다면 나스닥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로서는 해외 시장은 인도만으로 족하다.



Q. 중년의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A. 미국은 40~50대도 많이 창업한다. 15~20년 쌓은 경험을 인도 비즈니스에 쏟고 싶고,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Q. 동료·후배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


A. 글로벌 시장은 인도로 공략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이며 영어 사용이 우수하다. 해외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다. 인도서 성공하면 글로벌 가는 교두보는 자동으로 확보될 것이다. 스쳐도 성공한다. 인도가 글로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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