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럼버스 Apr 18. 2019

한국은 중국 성장의 '밑거름'인가

중국 투자는 '독이 든 성배', 거대 시장 미끼로 유인



모든 중국인들이 옷소매를 1인치만 늘려도, 영국의 모든 방직공장을 1년 동안 돌려도 부족할 것입니다.

                                                                                                                                               영화 '아편전쟁' 중



1997년 중국에서 제작한 '아편전쟁'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인 연유는 굉장히 탐욕적이고 비인도적이었으며, 중국의 전통·가치를 훼손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전후해 나온 영화니 그럴 만도 하죠. 


이 영화의 시각은 영국이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서 이용하려 전쟁을 일으켰다는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실제 역사와도 대체로 부합합니다. 위의 영화 대사도 중국과의 전쟁을 영국 의회에 호소하는 영국 동인도회사 사람의 발언입니다.


중국은 영국이 거느린 아프리카·남미 등과는 달리 이미 문명화된 국가였습니다. 일방적인 식민통치보다는 교역을 통한 경제적 접근이란 전략적 선택을 합니다. 중국 황실은 아편에 의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이를 차단했고, 영국은 불공정무역을 이유로 중국을 공격합니다.


무능한 청나라 황실은 영국 함대에 무참하게 패배했습니다. '난징조약'을 통해 중국은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는 한편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치르게 됐습니다. 현재 홍콩이 아시아 금융중심지가 된 것도 당시 영국 금융회사·무역상들이 홍콩을 아시아 통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690




이야기를 좀 전환해 보겠습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있지만, 유독 한국에만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차이나타운'이죠. 물론 인천 동구에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짜장면의 원조집이라 불리는 공화춘을 비롯해 용화반점, 신승반점, 혜빈장 등 여러 중국 음식점이 모여 있습니다.


화교들이 많이 몰려 상권을 이룬 것은 맞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현대화된 최근의 모습은 인천시가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인위적으로 개발한 것이죠. 한국에 차이나타운이 없는 이유에 대해 한민족의 기세에 눌러 중국인들이 터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2000여 년 동안 중국 황실에 조공을 바쳐온 나라입니다. 중국 왕조들은 주변국을 직접 지배하기보다는 충성서약의 일종인 조공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관리해 왔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우니 화상(華商)들도 굳이 타운을 형성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나 몽골, 티베트, 베트남 등 주변국들은 이미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죠. 역사적으로 교류도 많았고요. 굳이 차이나타운을 세울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출처=호텔스닷컴




한국은 중국보다 일찍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였습니다. 1960~80년대 산업화와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 자본은 세계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중국도 그중 하나입니다.  


중국이 2002년 세계 무역 기국(WTO)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한국 기업들은 환호했습니다. 13억명의 거대시장이 열릴 테니 말이죠. 특히 인건비가 저렴해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 싼 값에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넘어갔죠. 


그 이후로 17년이 흘렀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한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에서 실패하고 대거 국내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죠. 기술은 다 넘겨준 채 말이죠. 게임산업을 예로 들어보죠. 





최근 모바일 게임 산업은 중국, 한국 할 것 없이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게임 시장에 진출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소프트웨어 제작 기술이나 서드파티 관리, 유통, 마케팅, 게임 내 생태계 구성 등 모든 측면에서 노하우가 없었습니다. 텐센트가 넥슨 등 국내 제작사들의 회식·워크숍에까지 찾아와 술을 따르며 게임을 공급해 달라고 사정했을 정도로 절박했죠.


그러나 중국에는 '판호'라는 인증제가 있습니다. 외산 게임의 자국 내 유통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구글플레이나 애플앱스토어 같은 글로벌 앱 유통 회사의 중국 진출도 막았습니다. 자국의 시장질서는 자신들이 만들겠다는 것이죠.


텐센트는 이런 중국 정부 정책의 첨병과도 같은 역할입니다.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고 중국 게임 시장에서 사실상 퍼블리싱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죠.


한국 게임 회사들은 매년 급성장하는 엘도라도와도 같은 중국 공략을 위해 텐센트와의 협력을 강화합니다.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에 요구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1. 지분 투자
2. 기술 및 노하우 공유 


이에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유력 게임제작사·퍼블리셔는 텐센트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받습니다. 그러면서 기술 공동개발 및 이전 협약을 맺죠. 그렇게 한국 게임 회사들의 기술과 노하우는 중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국내 게임 회사들도 텐센트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받으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중국 제작사들이 아무리 선전하더라도 한국에는 못 미칠 것으로 판단했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현재 중국 현지 모바일 게임 시장은 중국 현지 제작사들이 휩쓸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까지도 사실상 중국 게임회사들에게 잠식당하는 중입니다. 구글플레이 상위 1~5위는 리니지 같은 국산 게임이지만 6~20위는 대부분 중국 게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손발이 오그라들던 중국 색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그래픽, 일러스트, 사운드, 기획 모두 한국 게임 못지않습니다. 자국에서만 사업을 펼치던 중국 자본도 해외 사업을 펼치자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깨달은 것이죠. 중국이 한국 시장일까, 한국이 중국시장일까 생각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중국의 모바일게임 붕괴학원3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문제 등으로 업비트는 지지부진하고 있고, 빗썸은 아예 해외로 나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후오비가 한국 암호화폐 시장을 독차지해 버렸죠.


중국 자금이 후오비를 통해 한국에서 거래되며 이 자금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죠.  여러 수법으로 공격해 다른 국내 거래소들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후오비에게 있어 한국은 이제 안방 시장이나 다름없죠.



출처=코인리더스






최근 미국이 중국 화웨이 고위 관계자들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하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도 그간 많은 해외 기업을 인수, 투자함으로써 기술을 끌어올렸죠. 싼 가격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며 시장을 넓히는 전략은 중국 기업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중국 자본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제약 등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 인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들립니다. 앞으로 산업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중국이 아직 한국에는 미치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중국 자금은 미국이나 이스라엘보다는 투자 요건이 덜 까다롭고 투자 금액도 큽니다. 데스밸리를 건너는 벤처기업가들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겠죠. 국내 벤처기업에는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를 당근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기술 도용, 불투명한 제도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한국의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되레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중국에 열여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자금은 오래가지 않아 한국 기업들의 목줄을 죌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독이 든 성배' 아닐까요.




출처= 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법인 설립·사업자등록은 어떻게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