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et. 남편의 난임
우리 부부는 피임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여행 중 아기가 생기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아이는 없었다. 무려 5년 동안 아이가 없는데도 막연하게 남편이 컨트롤을 잘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나라에서 해주는 난임부부 검사를 지원받았는데, 문제는 남편에게 있었다.
저 멀리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마친 남편이 껑충껑충 뛰어온다! 발걸음에서 신나는 선율이 전해지듯 유쾌했다. 한 손에는 봉투를 들고 흔들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많이 기다렸어? 나 다 끝나고 왔어~"
"뭐래 뭐래? "
"나?? 정자활동성이 낮데!"
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애가 없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건강한 자의 당당함일까? 남편이 나한테 미안해야 하는 상황 같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남편은 타격 없이 신이 나있는 상태 같다.
"너 뭔데 그렇게 당당해? 정자 활동성이 낮다며! 그럼 어떻게 올리는데?"
"글쎄? 운동하고, 살 빼고, 건강식 먹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
평소에 작은 일에도 미안해하고 사과를 하는 성격의 나는 이일에 사과하지 않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한테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사과를 강요했다.
"내가 왜 미안해해야 하는데? 나 걱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 그런가? 맞나? ' 걱정해줘야 하나 원망해야 하나?
그때의 복잡한 감정을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원한 그림은 그 진단서를 받고 남편이 앞으로 달라지겠다. 운동도 하고 살도 빼고 정자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했고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연히 느린 애들 중에 가장 빠른 애가 난자를 만날 수 있겠지!"
초초긍정 남편의 말을 뒤로 우린 결과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