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딩크는 좋지만 비자발적인 난임은 싫다
남편의 생각과 달리 활동성 떨어지는 정자들 중 가장 빠른 정자 하나도 끝끝내 난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 사이 우린 점점 우리만의 시간이 좋아졌다.
4 자매인 우리는 사이가 돈독해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주 모여 공동육아를 한다.
조카만 5명이다. 물론 예쁘고 사랑스럽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아이들이지만 함께 놀다 보면
귀가 먹먹하고 체력은 고갈되었고 기가 빨려 녹초가 되었다.
아이들 없는 조용한 우리 집.
백색소음만 들려오는 온전한 천국이었다.
점점 아기를 낳아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퍽퍽한 이 세상을 왜 살게 해야 하지?'
'아이가 이 세상을 살면서 행복할까?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힘든 곳 아닐까?'
'대기오염, 화산폭발, 오염수 방류, 지구온난화 등 위험한 거 천지인데 애가 생기면 더 걱정이지.'
남편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고
나는 이 힘든 세상을 굳이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는 지나가는 유모차만 봐도 같이 식사하며 오손도손 얘기하는 모녀만 봐도 부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딩크족'으로 기울었다.
느린 정자 중 운 좋은 녀석 하나가
우연히 난자를 만나
자연적으로 생기면 그럼 받아들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