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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Aug 17. 2023

어른들의 불편한 참견

그리고 동생의 연이은 둘째 임신

기적으로 아기가 생기기를 기다리며 현재를 즐겼다. 캠핑을 다니고 등산을 하고 여행했던 버릇이 남아 산과 들을 찾아 떠났다.

신나게 놀다 보니 우린 부부 8년 차, 나는 고령임산부인 만 35세를 1년 앞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 날,

아빠와 카페에서 단둘이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아빠는 딸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대화 방법을 잘 모르신다. 아빠와의 토크는 늘 가르침이었고


 ‘이건, 이거야, 이렇게 해’.‘그건 틀렸어. 내 말 들어’


식이여서 늘 끝이 좋지 않다.

우연히 아빠와 마주하게 된 한 시간.

설교 주제는 ‘아기를 가져야 한다’

한쪽으로 듣고 흘려버리고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충격적인 발상이라 기억나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너네를 봤을 때 정상적인 부부로 보지 않는단 말이다”


늘 체면과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며 사신 우리 아빠는

임신에 있어서도 그렇게 바라보셨다.


아빠의 말을 직설적으로 풀어 말하자면

너네 나이에 아이 없이 둘이 다니는 게 불륜처럼 보일 수 있다는  어이없으면서 충격적이고 희한한 발상이었다.


우리를 불륜으로 본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나도 남들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다정히 손잡고 걷는 우리 부부의 뒷모습이 그렇게도 보인다고??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의 틀을 깨버린 그 대화내용은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시댁에서도 계속 언제 손주 보냐며 묻기 시작했다.

‘너네끼리 알아서 해라.’로 쿨하게 시작했던 한마디는

‘ㅇㅇ이모가, 언제 갖냐고 묻는데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ㅇㅇ할머니가 아직 소식 없냐고 죽기 전에 보고 싶다고 하더라 ‘ 로 남들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셨고

그러다 ‘그래도 애는 하나 있어야지’ 하셨다.


계속되는 불편한 잔소리. 이 잔소리를 한방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아기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안 생기는 거라고

남편의 불임을 시부모님께 알려야 끝날 것 같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시부모님께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더 이상의 참견은 없어지겠지,?


남편이 대담하게 자신의 건강문제를 시부모님께 알린 날,


“그럼 시험관 해야지”


어머님의 짧고 단호한 한마디가 날아왔다.

화가 나면서 억울했다. 시험관은 여자에게 엄청 힘들다는 걸 알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까?


기분이 나빴지만 한 마디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른들의 참견에 이골이 날 때쯤,

동생이 둘째를 임신했다.

첫째만으로도 분명 버거워했다. 그런데 둘째라니…


동생의 두 번째 임신은
나를 좀 더 조급하게 만듬과 동시에
아기가 그렇게 좋은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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