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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8. 2016

그는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목욕탕 옆 인간극장 64 - 차영민(제주, 소설가)

말을 꺼내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일까. 이 낯선 남자에게 흥미를 느껴 다가갔다. 이 남자를 조수석에 태웠다. 집까지 가는 길을 편하게 여는 대신 말을 묻기로 했다. 스물여섯 ‘차영민’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장편소설 ‘그 녀석의 몽타주’를 비롯해 여럿을 썼다. 이뿐이겠나. 그는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두 해 넘겨 하고 있다. 그 편의점이 또 다시 밤샘을 만들었다며 피곤을 호소하던 그를 집 앞에 앉혀놓고 이야기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제주도에 사는 무명의 소설가로 지내요. 밤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죠. 새로운 책을 내려고 글을 적고 있기도 해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진상, 화가, 소녀감성 등이 나와요. 제 평범한 일상들과 함께 어울러 봤더니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곧 원고를 마감해야 해요.”


“제주도가 고향이세요?”

“아니에요. 전 ‘육지 것’이에요. 고향은 부산이고요. 서울에 살다가 어머니 건강을 이유로 내려온 지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이제 제주 사람 다 되었겠어요. 그렇죠?”

“제주에 와서 한동안 힘들었어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어려웠어요. 배타적인 동네이기도 하고 친구도 없는데다 문화생활을 할 곳도 드문 곳이 제주잖아요. 이제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재미도 찾은 것 같아요. 할머니들과 대화가 잦아서인지 일상 제주도 말도 어느 정도 구사가 가능해졌죠. 마을 체육대회에도 불려 다녀요. 이제 제주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셨던 건가요?”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제주도에 온 처음 2년은 어머니 간호와 제 개인적인 공부만으로 시간을 다 보냈어요. 그러면서 다시 몇 년을 공무원 시험 준비했죠. 어느 날 문득 제 길은 공무원이 아닌 것 같아 돌아서게 됐는데, 틈틈이 써오던 글이 그 즈음에 빛을 보게 됐어요. 어릴 때 육상부를 했던 이야기를 적어 기고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덜컥 실려 버린 게 시작이었어요. 단지 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는데 문득 잘되니까 한번 제대로 써보자 싶었죠. 그 생각 이후로 1년 간 몰래 소설을 썼어요. 육필로요. 제가 문창과 출신도 아니고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어서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계속 쓰면서 조금씩 늘더라고요. ‘그 녀석의 몽타주’ 경우에는 출판사에 이메일을 넣고 기다리는데 한 주 만에 덜컥 ‘우리 출판사와 해보자’는 회신을 받았어요. 공무원 시험을 정식으로 때려칠 명분은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혹시 뒤늦게라도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좋은 글이어도 세상에 선보이는 일은 어렵고 드물잖아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이야기나 빛을 못 본 아까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싶어요.”


“뜬금없지만 이해해 주세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어릴 때부터 지적인 여자를 좋아했어요. 예쁘면 좋지만 말이 안 통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저보다 똑똑했으면 좋겠어요.”


“결혼은 언제 하고 싶으세요?”

“서른 전후에 하고 싶어요. 당장 여자친구도 없는데 이런 질문을 하시네요. 절대 독신 아니에요.”


“제주도에서 다녀본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으셨어요?
 

“전 비양도가 제일 좋았어요. 관광지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아늑했어요. 마음이 편했죠. 제가 죽을 잘 안 먹는데 그곳에서 먹었던 ‘보말죽’은 참 맛있었어요.” 



'목욕탕'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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