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로 움푹 파이도록 아팠다.
2015년 - 스리랑카
사람들을 잊고자 여행을 떠났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고 할 여력도 없었다.
여행을 왔는데 듣던 여행은 없고 하고픈 일상만 보내고 있다. 괜찮다.
산이나 사람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향하지 않을 때가 있다. 여행이 꼭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2014년 - 속초 대경중고서점
속초관광수산시장 어느 길을 따라 나오다가 다시 길을 돌아 어느 골목을 지나갈 때 헌책방 하나를 만났다. 한두 평도 채 이르지 못 했다.좁았다. 시집은 채 백여 권에도 이르지 못 해 보였다.
간판이며 흔적들은 낡았지만 서점 주인은 첫 주인이 아닌 것처럼 젊었다. 책들을 훑던 사이 어떤 할아버지는 "고서 없어?" 묻고는 없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그럼 필요 없어." 하면서 들어서지도 않고 나갔다.
오랜 책보다 젊고 새것 같은 책이 더 보였다. 몇몇 흔적을 봤고 나는 그 책들을 골랐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예반 지음, 남주 옮김>을 샀다. 낙엽이 끼워져 있었다. 잘 말랐고 몇몇 종이에는 낙엽 자리 그대로 물이 들었다.
<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지음>을 샀다. '98. 7. 6. 제주도 여행 가기 2시간 전임.'을 누군가 적어 두었다.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을 샀다. 마음에 들었다.
세 권을 샀는데 주인은 육천 원을 불렀다.
2013년 - 퇴사
업무로 하여 그간 제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드렸다면, 나쁜 의도보다는 서툴기 때문입니다. 서툴어도 의도가 있었다면 좋은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짧은 기간 크게 배운 건 '진심은 통한다'는 점입니다. 업무를 정리하면서 아무도 '삽질' 했다고 말하지 않아 그간 고민하며 속앓이 한 일들이 조금도 후회되지 않습니다.
2012년 - 아픈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로 움푹 파이도록 아팠다.
2011년 - 사랑
늘 두리번 거리기 일쑤, 망설이고 당황하기 일상, 미안하고 잘못하는 것 투성. 이 작은 일 하나 해내기 왜 이리 어려운지 아직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 주변을 멤돈다, 좋은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그 사람 망설이지만 이내 손을 잡는다.
이 일이 어떤 감정인지 묻는다. 서로 망설이고 더 이상 아무도 묻지 않는다. 만나 속 풀리도록 말하고 듣고 싶지만 더 이상 시선을 보내지 않아 답답하다.
아무리 멤돌아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 했기에 해줄 말도, 들을 말도 없다. 단지 이 어설픈 상황을 넘어보고자 말을 걸고, 재촉을 하고,자극을 한다.
그 사랑, 내게 돌고 돌아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돌아오길 믿고, 바란다.
늘 내게는 그 일이 서둘고 어렵고 실수 투성이다. 아직 잘 몰라 그랬다고,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2010년 - 군인
서둘러 가기만 바랐던 2010년, 이젠 지나고 나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더 잘해낼 수 있었는데 하지 못 했던 일이 생각 하나 건너 하나씩 떠오른다. 난 이 시간이 싫었다. 싫은 건 변하지 않았지만, 싫다는 이유로 잘지내지 못 한 시간은 미안하다. 난 지금 1월 1일을 맞아 무엇인가 사먹자 할 것이고, 수두룩 데리고 가 웃어 버릴 생각이다.
며칠 전 침상 두 개를 붙이고 누워 새벽이 닳도록 이야기했다. 넷은 누웠고 이야기는 즐거웠다. 왜 한 번도 우리는 그런 시간을 가질 생각이 없었는지 생각했다. 우리는 늘 함께 생활하지만, 단 몇 마디도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서로를 알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탈이 나고 그래서 아프다. 난 그게 싫었다. 싫지만, 조금은 노력하는 남은 시간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