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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03. 2016

12월 31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로 움푹 파이도록 아팠다.

2015년 스리랑카
사람들을 잊고자 여행을 떠났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하고 싶지 않았고 할 여력도 없었다.
여행을 왔는데 듣던 여행은 없고 하고픈 일상만 보내고 있다괜찮다.
산이나 사람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향하지 않을 때가 있다. 여행이 꼭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2014년 속초 대경중고서점
속초관광수산시장 어느 길을 따라 나오다가 다시 길을 돌아 어느 골목을 지나갈 때 헌책방 하나를 만났다한두 평도 채 이르지 못 했다.좁았다시집은 채 백여 권에도 이르지 못 해 보였다.
간판이며 흔적들은 낡았지만 서점 주인은 첫 주인이 아닌 것처럼 젊었다책들을 훑던 사이 어떤 할아버지는 "고서 없어?" 묻고는 없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그럼 필요 없어." 하면서 들어서지도 않고 나갔다.
오랜 책보다 젊고 새것 같은 책이 더 보였다몇몇 흔적을 봤고 나는 그 책들을 골랐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예반 지음남주 옮김>을 샀다낙엽이 끼워져 있었다잘 말랐고 몇몇 종이에는 낙엽 자리 그대로 물이 들었다.
<꿈의 페달을 밟고최영미 지음>을 샀다. '98. 7. 6. 제주도 여행 가기 2시간 전임.'을 누군가 적어 두었다.
<콘트라베이스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유혜자 옮김>을 샀다마음에 들었다.
세 권을 샀는데 주인은 육천 원을 불렀다.

2013년 퇴사
업무로 하여 그간 제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드렸다면나쁜 의도보다는 서툴기 때문입니다서툴어도 의도가 있었다면 좋은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짧은 기간 크게 배운 건 '진심은 통한다'는 점입니다업무를 정리하면서 아무도 '삽질했다고 말하지 않아 그간 고민하며 속앓이 한 일들이 조금도 후회되지 않습니다.

2012년 아픈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로 움푹 파이도록 아팠다.

2011년 사랑
늘 두리번 거리기 일쑤망설이고 당황하기 일상미안하고 잘못하는 것 투성이 작은 일 하나 해내기 왜 이리 어려운지 아직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 주변을 멤돈다좋은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그 사람 망설이지만 이내 손을 잡는다.
이 일이 어떤 감정인지 묻는다서로 망설이고 더 이상 아무도 묻지 않는다만나 속 풀리도록 말하고 듣고 싶지만 더 이상 시선을 보내지 않아 답답하다.
아무리 멤돌아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 했기에 해줄 말도들을 말도 없다단지 이 어설픈 상황을 넘어보고자 말을 걸고재촉을 하고,자극을 한다.
그 사랑내게 돌고 돌아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돌아오길 믿고바란다.
늘 내게는 그 일이 서둘고 어렵고 실수 투성이다아직 잘 몰라 그랬다고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2010년 군인
서둘러 가기만 바랐던 2010이젠 지나고 나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더 잘해낼 수 있었는데 하지 못 했던 일이 생각 하나 건너 하나씩 떠오른다난 이 시간이 싫었다싫은 건 변하지 않았지만싫다는 이유로 잘지내지 못 한 시간은 미안하다난 지금 1월 1일을 맞아 무엇인가 사먹자 할 것이고수두룩 데리고 가 웃어 버릴 생각이다.
며칠 전 침상 두 개를 붙이고 누워 새벽이 닳도록 이야기했다넷은 누웠고 이야기는 즐거웠다왜 한 번도 우리는 그런 시간을 가질 생각이 없었는지 생각했다우리는 늘 함께 생활하지만단 몇 마디도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서로를 알려 하지 않는다그래서 탈이 나고 그래서 아프다난 그게 싫었다싫지만조금은 노력하는 남은 시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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