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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12. 2016

서른까지 잘 왔다 생각했다.

삼겹살을 구워야겠다.

1.
연락하지 않고 만나지 않았다.
조금씩 자리를 찾았다.
연락이 두렵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 괜찮다.

시인을 바라던 아이였다. 돈에 얽혔고 앓았다.
조금씩 덜 어설퍼졌다.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말을 했다.
시인을 바란다고 돈에 아둔할 수 없었다.

방법을 찾고 있다.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할 방법이 있다.

2.
사람은 다르다. 느려도 간다. 틀려도 맞다.

일이나 사람이 붐벼도 마음은 빈 소리 날 수 있다. 빚에 시달리거나 기업을 멈추거나 일을 닫아도 다쳤다 나았다 한다. 돈이 있고 능력이 있고 비빌 사람이 있어도 거짓으로 웃을 수 있다. 나는 그랬다.

3.
기록하면서 자랐다.
자라는 일은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4.
흔들렸다. 잘 지낼 방법을 몰랐다. 낯선 사람들에게 삼십 분에서 다섯 시간을 물었다. 일상을 물었다. 재작년 시작했다. 만난 사람은 이백 명이 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잘 지내게 됐다. 잘 하지 않아도 그냥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

5.
어쩌다 만났다. 대기업 오너부터 길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깝게 만났다. 직업이며 관심사는 불편했고 다양했다. 일상을 말할 때면 아팠거나 지쳤거나 좋았거나 아무 일 아니라면서 그들은 하나처럼 대단했다.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은 따로 없었다.

6.
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종종 만난다. 비비면 어떤 향이 핀다.

7.
된 발음을 아끼는 친구가 던진 몇 마디에 날짜를 바꿔 서울 가기로 했다. 서울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에는 어떤 불편도 없다. 삼겹살을 구워야겠다. 서른까지 잘 왔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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