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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15. 2016

문이 고장났다.

가진 거의 모두는 방 안에 있다.

문이 고장났다.
가진 거의 모두는 방 안에 있다.

나가려고 해도 열쇠가 없다.
문을 고쳐달라 하기엔 아는 사람도 언어도 방법도 모르겠다.
연락 할 스마트폰 없으니 몸 덩어리 말고는 남는 게 없다.
돈은 고스란히 가둬두었느니 아무 것도 없다.

시간이 몇 시인지 잘 모르겠다.
해가 떴는데 처음으로 해가 참 오랜 시간 떠 있다는 걸 알았다.
잠을 자도 다시 자도 계속 해는 떴다.
도대체 몇 시일까.

고양이와 서로 겨루며 잠에 들었다.
먹을 음식이 라면 뿐이고 마실 것이 생수 뿐이라 다행이다.

양치질을 하고 싶은데 칫솔이 없다.
문 하나가 잠겼고 나머지 문 모두가 열리는데 갇혔다.

생각을 정리했다. 마음이 가볍게 올랐다. 기분이 편했다.
사십 시간쯤 손 놓고 있었다. 마음을 추스려 다시 도구를 썼다. 문을 열었다.
문 하나가 열렸는데 세상을 가졌다. 고작 낮 2시였다.


베트남 호치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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