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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Feb 16. 2016

나는 그 정도면 여행 다 했다

사진 말고 기억이나 밟았던 느낌을 남겨가면 좋겠다.

여행을 와서 같은 장소를 매일 반복해 걷는다. 되도록 갔던 길을 간다. 만났던 사람을 만난다.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는다. 택시 말고 걷는다. 뱅뱅 하루 내내 걷거나 앉아 머문다. 

사진 말고 기억이나 밟았던 느낌을 남겨가면 좋겠다.

뛰는 아이와 가족이 맞잡은 손을 본다. 연인이 깍지를 끼거나 입을 맞출 때 수줍어 시선을 돌린다. 다투는 표정에서 뒤돌아 미안한 마음까지 걱정한다. 노점에서 새롭게 조립되는 음식을 지켜본다. 이유도 모르고 웃기에 따라 웃는다.

도시마다 골목마다 언어마다 그들 안에 냄새가 무엇인지 맡고 기억한다. 나는 그 정도면 여행 다 했다. 어느 입장료 안 내고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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