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믿으면 된다.
나는 사회에서 관계를 고민했고 나를 걱정했다. 집이나 경제력이나 학력이나 지연 모두에서 그들은 큰 우리를 이루고 틈틈이 경계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사회에서 조금 멀어진 뒤로 조금씩 솔직해졌다. 내게 피부병이 있었고 그 일이 청소년 시절에 얽혔던 슬펐고 우울했던 일 거의 모두를 차지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스물하나 어린 날에 일을 벌이다 망했고 그때 생긴 빚을 직장을 다니며 다 갚고 다시 살아가게 됐다는 것도 더 솔직하게 말하게 됐다. 계약직에서 다시 계약직 그리고 무기계약직과 졸업을 하면 정규직을 시켜준다는 말들도 버거웠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규직처럼 지냈고 대우 받았던 현재와 정규직 이름으로 불리며 직급을 높여갈 다가올 일상들이 머릿속에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던 것도 인정하기로 했다. 경험이나 단단함이 부족해서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도 맞다. 스스로를 포장하는 일은 피곤했고 나날이 포장에 포장이 덧붙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하게 지내는 그 일이 그런데 괜찮다. 솔직하게 지내는 이후로 마음이나 실력 그리고 경험을 더 단단히 하게 됐다. 2014년 1월 1일 내게 사람들은 여행을 응원하며 496만 원을 후원하였고 아니 내가 후원해달라고 했고 그 돈은 여행에 쓰이고 있다. 정체나 기한을 알 수 없는 긴 여행에 말이다. 나는 이 일상을 시작하며 두 번 멈춰야 할까 고민했다. 처음은 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여윳돈에 지나친 욕심을 피우다가 주식으로 637만 5천 원 잃었을 때 그랬고 두 번째는 세월호 일을 잠깐의 생각으로 비껴가면서 그랬다. 나는 처음으로 주식으로 돈을 잃었고 처음으로 죽음을 실제로 떠올렸다.
오늘 나는 일상이 몰아치면서 뒤엉키길래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려고 적는다. 어머니는 걱정이 늘고 차량은 팔리지 않고 노트북은 고장이 나고 제주 숙소를 구하고 싶진 않고 계획했던 예산 모두가 동이 났길래 십 분 남짓 헤맸다. 나는 모레 제주로 가는데 그 일이 사실 막막해서 헤매고 있다. 또 노트북이 없어진 지금 난감하다. 나는 사실 늘 돕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도움을 바라는 일에 놓이는 이 일이 익숙하지도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다. 문득 글을 적다가 보니 부족하면 도움을 묻고 이 시간들을 알뜰하게 쓰면서 헤매고 있는 생각들에 더 살을 붙이며 지내면 되겠다 싶다. 나는 백수지만 어느 날부터 더 든든해지고 단단해졌다.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 몇 달이면 한 줄이나 두 줄로 정리될 일상이지만 꿈을 좇는 일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치지도 내려오지도 않았으니 힘을 내라는 말을 듣고 싶진 않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일상 4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