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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Apr 06. 2016

그는 일흔이 넘었고 긴 이야기와 노래를 했다.

나는 이 시간이 마음에 든다.

벚꽃 사이로 바다가 폈다.
흐드러지게 물결이 일었다.

길을 묻거나 얻어 타거나 버스에 오르거나
계속 가면 끝이 있길 기대했는데 계속 시작이었다.

풀 사이로 모래가 흘렀다. 바다 비린내 익숙할 때까지 걸었다. 갈매기 울음으로 음악을 대신했다. 트트특 자갈을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사람들이 종종 떠들었고 그때마다 음악을 재생했다.

바닷물이 반짝 빛났다.
눈이 부셨다 말았다 했다.
흔들리며 반짝이는 발밑이 물인가 뭍인가 했다.

대구를 지나 포항에 왔다.
버스가 가끔 지나는 시골 어느 마을에 있다.

가끔 꺽꺽 소리가 울리는 나무 계단을 오른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밤 냄새가 났다.
풀, 흙, 공기, 시골 냄새가 섞였다.

가로등 띄엄띄엄 있는 사이를 걸었다.
골목 끝에 바다가 있다.

조용했다. 지나는 길에 개가 짖었다.
얼굴을 볼 수 없는 개가 짖었다.

하늘 끝에 별이 빛났다.
날씨가 거세질 느낌이다. 바닷물이 힘을 내어 밀고 들어온다. 싸아아아싸아아.

소주 세 병을 나눠 마셨고 별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흔이 넘었고 긴 이야기와 노래를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드러내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
나는 이 시간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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