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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5. 2016

어느 엽서가게 조금 모자라는 아저씨가 되기로 했다.

겉멋보다 속이 덜 비어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새벽이 되면 생각들이 이미 와있다. 열두 시가 넘었을 때부터였다. 새벽 말고는 장치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고쳐적지 않아도 됐다. 넉 달을 안 적었는데 그 사이에 일상은 거리에서 다시 집으로 옮겨왔다. 하늘을 보는 날보다 보지 않는 날이 조금 늘었고 익숙했던 일보다 익숙하지 않은 일로 잠을 쫓는 밤이 늘었다. 수두룩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경계를 잃곤 했다. 늘 머릿속을 헤매서 일상이 기억과 기억 이편 저편 어디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섯 달을 적어보면 나는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일상을 또 한 개 적고 꼬박 잊어버리겠다.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제주에서 어느 건물을 빌려 있었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크기가 각각 다른 스티커 석 장이 붙은 플라스틱 병에 담았다. 여행자들이 여행지에 기여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소재 하나는 그들이 구석구석 쏟아내는 쓰레기였고 다른 하나는 배낭 한 켠에 흔하게 담아올 책이었다. 좋아하는 일 하나가 더 생겼다. 어느 건물 이층에 텐트를 켜고 잠을 잤는데 나날이 기운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탑동 바닷가에 마트 코스트로가 마트 마트로 이름으로 열려 개점 이벤트로 달걀을 나눠줄 때까지 제주에 있었다. 그리고 2014년 1월 1일처럼 갑자기 3월이 됐다. 3월 2일부터 여행대학을 꾸리거나 홍보대행사 목욕탕옆 주인이 되거나 벽지를 뜯던 곳에서 바닥 깔고 누워자는 일을 했다. 3월이 시작되고 며칠 뒤 직장인이 되려다가 말았다. 경험이 누적되는 경험들이 벌여야 할 일들을 만들었고 괜찮다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이야기 들었다. 지난 반 년은 지난 수 년처럼 하루를 일 년처럼 까맣게 고민들로 채워 괜찮게 지냈다. 힘든 기억이 없는 대신 외로운 기억은 있다. 온전하게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돈을 벌어도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오늘 역시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어느 엽서가게 조금 모자라는 아저씨가 되기로 했다. 겉멋보다 속이 덜 비어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일상 6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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