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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5. 2016

때가 차면 가을이 온다.

이제 나이만 먹으면 늘 그랬듯 시간은 완성된다.

때가 차면 가을이 온다. 스물아홉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했는데 어떤 일인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어떤 일인지 잘 내고 있다. 

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 계속 실험하고 있다. 실험을 위해 무엇을 만들어도 문서가 넘실거리는데 스스로 잘 견뎌 아직까지는 잘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두 가지를 포기했다. 어느 홍보팀이 있는 기업과 어느 벌이를 하는 든든했던 홍보대행 사업자를 포기했다. 돈에 얽힌 일이었는데 나는 열일곱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수입을 선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행하면서 틈틈이 일을 할 때보다 못 해서 신용카드를 없애고 통장을 없애고 잘 구입하지 않는다. 

어느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단지 좋고 괜찮고 좋아할 이유가 있어서 내가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붐비는 일을 만들 생각이다. 나는 이야기와 사람들 그리고 문화와 공간을 염두하면서 거미줄 같은 설계를 고민하면서 며칠을 앓았다. 요 한동안 머릿속 설계를 현실로 내보내는 일로 다시 앓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괜찮다. 시작은 늘 그랬다.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사람 만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조금 넘겨주고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오늘 사람을 만나도 좋지만 보다 단단해져서 내일 만나기로 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떠나지 않을 것을 믿기로 했다. 

우리는 소비하고 소모하는 일상을 일상처럼 보내고 있다. 나는 과연 스스로 바라던 지출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름답게 살겠다고 했는데 아직 입버릇처럼 아름다운 일상만을 말한다. 

대단해지는 일은 겹겹 쌓이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을 때 그리고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을 때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늘 아무 것도 없어서 드러내려고 안달인데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가끔 무심하게 던지는 말이 누군가 앓던 무게를 한결 덜어주는 일이면 좋겠다. 

잠이 밀렸는데 눈꺼플에 주름이 졌다. 걱정이 있고 방향이 있는데 가끔 새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나누고 있는지 걱정을 한다. 함께 단계를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데 가끔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데 편한 생각이 겉으로는 좋아도 속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늘을 보는 날이 아직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오늘 바라본 하늘은 맑았다. 하루 전에 만난 해운대 하늘도 맑았다. 

오늘 문득 스물아홉 생각을 기억하고 싶어서 전철에서 기록하는데 낮부터 계속 피곤해서 눈이 무겁다. 

아직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았고 아무도 이 긴 여정을 잘 알지 못 한다. 그래서 재밌고 아름답다. 나는 단지 어느 좋아하는 일이 누구나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광고하려고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좋아하게 되는 그런 일이 있다고 믿는다. 시간은 빠르다. 이제 나이만 먹으면 늘 그랬듯 시간은 완성된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일상 7 
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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