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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Jan 15. 2016

이천십사 탈탈 털어서

거의 다 왔는데 거의 다 했는데 그냥 그렇다.

이천십사 탈탈 털어서 해보고 싶던 일이 있었다. 학원을 등록하고 빠짐 없이 가는 일이나 중고차를 타고 떠나는 긴 여행이나 낯선 곳에서 몇 달 사는 일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꾸리는 일을 만드는 일이나 낯선 사람에게 일상을 듣는 일이나 길에서 책을 파는 일이나 오천이백십 원 시급 아르바이트나 전시를 벌이거나 어느 인터뷰 대상에 놓이는 일이나 강연을 하는 일이나 콘서트 기획을 하는 일이나 공모전을 열고 싶던 일이나 공모전에서 상을 타는 일이나 절에서 지내보는 일이나 글을 하루도 놓치지 않고 쓰는 일이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일이나 사람들을 믿어보는 일이나 좁고 깊은 사이만 만드는 일이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나 어느 공간을 처음부터 만들어보고 싶던 일이나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해보고 싶었다. 12월 다 했다. 신기하다. 


요 며칠은 날 실험체처럼 놓고 살피고 있다. 연락을 끊거나 끊었다면서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인사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만큼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일이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일이나 이틀 내내 잠을 취하지 않는 일이나 새벽부터 일어나는 일이나 전철 끝과 끝을 오가는 일이나 사진보다 글을 쓰는 일이나 해보고 싶었다. 그런다. 


이천십사 꼬박 털어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다. 거의 다 왔는데 거의 다 했는데 그냥 그렇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일상 0

20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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