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일리 Jul 26. 2020

<여자는 체력>을 읽고 국민체력 100을 신청하다


등짝을 맞고 아웃. 날아오는 공을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피구 공격수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곤 했다. 학교 다닐 때 체육 시간이 제일 싫었다. 체력장 연습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체육 실기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서 담임에게 불려 간 적도 있었다.
 
자세가 늘 구부정한 편이었다. 살아오면서 내게 어깨를 쫙 펴라고, 어깨가 굽었다고 조언해준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가? 하며 그때만 잠깐 긴장했다 도로 굽어지곤 했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서야 내 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직면하게 됐다. 오십견으로 인해 도수치료를 받으면서부터였다. 평생 이런 자세로 살아왔다는 것이 한심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지만, 한순간의 자각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긴장과 흐트러짐을 반복하며 순간순간 몸에 대해 깨어 있는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깨의 가동 범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근육만 바로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기초 체력과 근력이 근본적 문제였다. 승모근이 제기능을 못하니 팔 하나를 들어 올리는 데 광배근에 복근까지 다 동원됐다. 새삼 몸의 모든 부위가 다 연결되어 있음에 놀랐고, 내가 내 몸에 대해 이렇게 무지할 수가! 하며 또 한 번 놀랐다.
 
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들을 섭렵하다가 <여자는 체력>을 읽게 됐다. 미디어에서 재생되는 것과 다른 자기 몸을 혐오하는 여성들을 향해, 자궁과 유방 위주로만 부각되는 여성 건강에 대해 짚어준다. 예컨대 여성의 가슴은 섹슈얼리티나 모성의 상징으로만 언급되어 왔지만 유모차와 카트, 주차장에서 가로막은 앞 차를 밀 때 사용할 일이 많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요실금에 대한 흔한 처방은 케켈 운동이지만 국소적인 운동보다 신체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낫다는 등의 운동 처방을 제시한다.
 
운동 좋은지 누가 모르나. 운동할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현직 워킹맘이었다면 나도 볼멘소리를 했을 것이다. 늘 녹초 상태였고, 아이들에게도 쉽게 짜증을 내곤 했다. 하루 8시간 노동에 이은 육아와 저녁 살림, 그것이 가혹한 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휴직 중인 지금 되돌아보니 기본 체력이 안 돼서 부대꼈던 문제도 있었다. 이 책에서 체력은 “사람이 과도한 피로를 수반하지 않고 일상적인 업무와 활동적인 여가를 즐기기 위해 충분한 에너지와 활력이 있는 상태”(139-140)로 정의된다. 마치 체육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이지만, 저 상태가 아닌 채로 살아가는 매일매일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나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내 몸에 대해 자각하고 기초 체력을 올려놓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박은지 코치는 자기 몸을 자각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을 제안한다. 몸 지도 그리기는 몸 실루엣을 그린 뒤 가장 신경 쓰이는 부위에 표시를 하고, 어떤 이유로 신경이 쓰이는지를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건강 곡선 그리기는 출생부터 현재까지 나이를 가로축으로 하고 건강 점수, 움직임 점수(신체 활동량)를 세로축으로 하여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이다. 국민체력 100을 통해 무료로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하게 예약이 가능해서 신청해 두었다.
 
체력 측정 후 나에게 맞는 운동법을 하나씩 찾아가 볼 계획이다. 운동 초보자라면 집에서 섣불리 홈트레이닝 하기보다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트레이너에게 최소 몇 개월이라도 지도를 받는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서 하기보다 그룹으로 하는 것이 정서 건강에도 좋다는 조언도 해 준다.
 
자세가 구부정한 편인지라 이 책을 통틀어 ‘자세 혁신’과 ‘태세 갖추기’라는 부분이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에 한두 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것부터 붙들어야겠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이리저리 흔들려 왔던 이유가 태세 부족 때문이었을까. 등짝을 맞고 아웃당했던 십 대의 나, 사십 대가 되어서야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근육 연금을 준비할 나이다.
 
여성, 청소년, 노년, 장애인 소수자 등 다양한 몸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건강 콘텐츠를 개발하는 연구 모임인 공존 무브먼트의 ‘임파워링 디펜스 Empowering Defense’ 수업은 ‘태세 갖추기’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평소 자신의 자세와 시선과 걸음걸이를 점검하게 한다. 어깨를 움츠리지는 않는지, 고개를 푹 숙이지는 않는지, 앞으로 똑바로 바라보는지 살펴보고 일상생활에서 당당하고 단단한 자세를 유지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기회에 자기 발견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61)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 매트 위에서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