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만은 않아

닿지 못할 말 - 시, 나를 위한 편견

by 블랙스톤
숲 안개 길.jpg


어렸을 적 나는 몸이 작았다

그만큼 소화하는 것도 적어서

학교를 다녀올 때면 매번 구토를 했다

나오는 것도 없는 헛구역질

흐리멍텅하고 뿌옇던 시절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매번 병원을 드나들었다

트럭을 몰 때 아빠는 앞에 가는 모든 차들이 잘못 운전하고 있다 했다

아빠는 트럭을 몰듯이 나를 붙잡고 동네를 지나 공원을 드나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주 두꺼운 안경을 내게 주었다

안경 안 또렷한 세상,

구토 대신 욕을 뱉고 나니 속이 편해졌다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엄마는 집에서는 안경을 벗어도 된다고 했다

지금도 구토는 멈추지 않았지만

필요할 땐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안경이 아직 내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