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는 멀어진 사람들의 발소리 같아서

닿지 못할 말 - 시, 언젠가 한 번 보고 싶어요 현실 말고 꿈에서만

by 블랙스톤
김중혁_좀비들.jpg -그림 출처, 김중혁 소설,『좀비들』, 창비, 2010, 「좀비들」중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한껏 젖어든 공기를 밀어내고 겨우

앉아 먹먹한 숨을 돌린다

빗소리에 맞춰 무릎과 발목은 욱신

욱신 지나간 상처가 맥동한다


토독 톡

빗소리는 다가왔다 멀어지고

그 파문을 따라 고동치는

습기 가득한 방안을 가만히 더듬어 돌아본다

사는 것은 추억이라

습기 속에 그려지는 익숙한 얼굴

뚜렷한 눈썹 약간 처진 눈매 살짝 올라간 입꼬리

아직도 그려지는 그 얼굴, 조금 달라졌나? 낯설다 낯설다 되뇌며

한참이나 눈을 마주친다


밤새 끙끙대며 이불에 쏟아놓은 기억을

대충 뭉쳐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빗소리는 돌아서던 발소리를 닮아 익숙했네

사는 것은 이별의 일

시원하게 한 번 와주길 바랄 땐 모른 척하더니

끙끙 앓고 나서야 다녀간 걸 알았네

기억 속 얼굴은 여전히 젊고 발소리는 경쾌한데

주름진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빈칸,

공란을 채우지 못한 펜 두들기는 소리만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