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여가위 일기 (9월 27일~10월 2일)
이번주 여가위는?
낙태죄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임박했습니다. 지난해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정부가 이에 따른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낙태 처벌 기준을 정하는 방식은 지난 8월 발표된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와도 배치됩니다. 위원회는 권고안에서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낙태죄와 관련한 법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형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모자보건법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뤄야할 사안이죠. 하지만, 두 위원회 모두 의지가 없습니다. 여가위에서도 일부 위원들만 관심을 가지고 있죠. 지금까지는 법안을 발의할 생각을 가진 의원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헌재의 판결에서 겨우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보수성을 가진 정부의 선택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단언컨데 이번 국회는 정말 정치적으로 올바른(PC) 선택을 하는데 두려움(엄살)이 많습니다. 20대보다 더 심하다고 느껴집니다.
국회가 PC하지 못한 건 이념이나 신념, 실리도 원인이겠지만 물리적인 압박도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여성주의를 강조하는 법안, 발언을 내비치면 의원실이 마비될 정도로 항의전화가 오고 문자폭탄이 오는 건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과거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을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번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을 때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살펴보면 그 압박의 수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PC한' 의원들이 낙태죄 관련법에 대한 정부의 행보에 반기를 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껏 낙태죄 폐지를 바라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형법개정안 발의를 하지 않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 관련 조항이 폐지되고 이는 낙태죄 관련조항 완전폐지나 마찬가지여서 나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퇴한 안을 정부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게됐습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낙태죄 전면폐지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의 여가위 주요법안
이주에 발의된 법안은 1건입니다. 이수진 의원이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말 그대로 해당 법안을 폐지하자는 발의입니다. 1999년,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름이 이 법으로 이름이 바뀌고 '건전가정의례준칙'이라는 대통령령도 만들어졌는데요. 대충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제20조(기제사) ① 기제사의 대상은 제주부터 2대조까지로 한다.
② 기제사는 매년 조상이 사망한 날에 제주의 가정에서 지낸다.
제21조(차례) ① 차례의 대상은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으로 한다.
② 차례는 매년 명절의 아침에 맏손자의 가정에서 지낸다.
제8조(혼인) ① 혼인예식을 거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혼인예식의 장소는 혼인 당사자 어느 한 쪽의 가정 또는 혼인예식장이나 그 밖에 건전한 혼인예식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한다
2. 혼인 당사자는 혼인신고서에 서명 또는 날인한다
3. 혼인예식의 복장은 단정하고 간소하며 청결한 옷차림으로 한다
4. 하객 초청은 친척ㆍ인척을 중심으로 하여 간소하게 한다
아직 이런법이 남아있었다는 게 더 신기한 노릇입니다.
여가위 9월 27일~10월 2일 계류 법안 목록
법안명: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
발의자: 이수진의원 등 15인
발의일자: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