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여가위 일기 (10월 3일~10월 10일)
이번주 여가위는?
예상됐던대로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또 예상했던대로 여성계에서 크게 반발했습니다. 여성단체연합은 정부의 입법 예고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죠.
국회에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의원들이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주자는 민주당의 권인숙 의원입니다. 권 의원은 입법예고가된 직후 입장문을 냈습니다. 권 의원은 입장문에서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하여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주민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곧 법안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앞으로 남은 국정감사와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형법에서 낙태죄를 삭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도 이은주 의원실에서 발의를 준비 중입니다. 현재까지 형법 개정안 의사를 드러낸 곳은 이렇게 세곳입니다.
하지만 발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10명이라는 최저 공동발의자 기준을 채워야 하기 때문인데요. 형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의원실에서는 "여가위원 대부분이 정부안에 크게 반대하는 건 아니라서 공동발의자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젠더관련 법안을 취재하면서 짜증났는 것은 국민의힘은 그렇다치더라도 민주당에서도 황당할정도로 몸을 사린다는 점입니다. 정파적 이익이 확실히 갈리는 검찰구조조정, 법원구조조정 관련 사안은 서로 손을 들며 달려들지만 차별금지법, 낙태죄 폐지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사석에서조차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굉장히 주저합니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기자들은 흔히 최고위원, 사무총장, 원내대표, 대표 등을 고위관계자라고 부릅니다. 사실상의 업무의 편의성을 위한 '합의'인 셈이죠)자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어려운 문제지."라고 답하고 아무말도 뱉지 않았습니다.
저는 반대보다 더 나쁜 게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계와 골수지지자들의 린치가 두렵다면 두렵다고, 반대하면 반대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여당의 책임이 아닐까요. 지금의 모습은 '애초에 관심도 없었는데 지지자들이 반대해주니 다행이다, 나는 그들의 뜻대로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176석에 가로막힌 젠더 관련법안들은 어디로도 가지 못한채 6개월째 21대 국회를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여가위 주요법안
이주에 발의된 법안은 한 건입니다.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출국금지하도록 명시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대표발의입니다. 새롭게 발의된 양육비법으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과 연동돼 있습니다.
여가위 10월 3일~10월 10일 계류 법안 목록
법안명: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자: 권인숙의원 등 11인
발의일자: 2020-09-29
조만간 개원 6개월을 맞아 여가위원들의 '성적표'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