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을 왜? (4)

중동의 사자, 이스라엘

by 고장 난 배터리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살뜰히 챙겨 왔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미국을 실제로 지배하는 건 소수의 유대인들이라고.


꼭 음모론을 믿지는 않더라도 미국이 대외적으로 취하는 외교적 스탠스를 보면 확실히 이스라엘에게 아낌없이 퍼준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건 유대인 사위를 두고 있는 트럼프도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는 외교적으로 언제나 친이스라엘이었다.


트럼프의 사위인 자레드 쿠슈너는 정통파 유대교 가문 출신이다.

혈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한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들 간의 국교를 중계하며 일명 ‘아브라함 협정’을 이끌어 낸다.


아브라함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통 조상이다.

즉,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아랍권 국가들을 아브라함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적극적으로 품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레인, UAE, 모로코, 수단은 아브라함 협정을 맺으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손을 잡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이란은 아브라함 협정을 맺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들 중 하나다.


이번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직후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그 보복 공격의 대상은 친미 아랍국가, 미군기지가 있는 아랍국가 그리고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아랍국가들이었다.


이란이 공격한 아랍국가들 가운데 아브라함 협정국이 둘이나 껴있는 걸 보면 어쩌면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아브라함’이라는 역사 속 인물을 이용해 오랜 시간 똘똘 뭉쳐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던 기존 아랍권 국가들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행보를 보면 트럼프는 이스라엘 주변에 위협이 될 만한 국가는 남기지 않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세계 경찰을 그만 두기로 한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핵 보유 국가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핵을 가진 나라는 이란뿐이다.

핵이라는 건 엄청난 비대칭전력이다.

아무리 주먹이 센 사람이 있어도 총을 가진 사람한테 꼼짝할 수 없듯 핵은 재래식 전력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규격 외의 전력이다.


만약 이란만 제거된다면 핵을 가진 이스라엘은 지역 맹주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실 이스라엘이 핵을 가진 지는 꽤 오래됐음에도 지금까지는 지역 맹주를 자처할 수 없었다.

협력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 강해도 협력자가 없다면 고독한 호랑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늑대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이스라엘에게 조력자가 붙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미 국가들 그리고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외교관계를 맺은 아브라함 협정국들.

이란을 타격해 오직 이스라엘만 중동의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남김으로써 미국은 자신이 떠난 자리에 이스라엘이 스스로 지역 패권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려는 게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형은 이만 갈 테니까 너희들은 내 동생 말 잘 듣고 까불지 마. 그리고 동생아, 넌 내가 총 한 자루 줄 테니까 열받는다고 막 애들 패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이제는 네가 형님이니까 형님답게 잘해. 알았지?’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일이 쉽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게릴라전이 쉬운 이란의 지형적 특성과 페르시아 제국이라는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주변 아랍국들과 달리 유독 애국심이 강한 이란의 민족성 그리고 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미국의 상황까지(물론 트럼프는 장기전이 가능하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진실은……?),


일단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상군 투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중동의 산악지대는 예로부터 제국의 무덤이었다.

과거 소련은 아프간을 공격했다가 스스로 무너졌고, 미국도 2021년 별 성과 없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며 중동 산악지대를 점령하는 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안 그래도 군사비로 지출할 돈이 말라가는 와중에 과연 미국이 막대한 전쟁자금을 써가며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까?


아마도 트럼프는 이란에 미국의 지상군을 투입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도 현재로서는 지상군을 투입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양국 모두 지상군 투입이 어렵다면 이란을 무너뜨리는 건 꽤 오랜 시간을 끌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공습 개시 직후 발표한 대국민 영상에서 이란 국민들의 봉기를 부추겼던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번영하고 영광스러운 미래를 쟁취할 순간이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이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기존의 이란 지도부를 제거할 만한 민중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이것이 이란 공격의 마지막 키워드다.

이란에서 국민들이 혁명을 일으키거나 원래부터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이 서로 내전을 일으키지 않는 한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고 생각했다.

3월 5일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란 내 최대 반군 조직인 쿠르드족이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란 국경 내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어? 트럼프는 다 계획이 있었네?’


사실 앞선 글들은 3월 5일 오늘, 이 글을 업로드하기 며칠 전에 미리 작성해 놓은 내용이었다.

모든 전쟁의 끝은 지상군의 침투 및 점령이 관건이고, 미국은 현재 지상군을 투입할 여력이 없기에 이란 내 민중봉기 혹은 내전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대이란 전쟁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주저리 떠들어놨는데 갑자기 쿠르드 반군이 튀어나왔다.


‘역시 미국 같은 나라가 움직이는데 뒷생각도 안 하고 움직이진 않았겠지.’


쿠르드족은 이란 북서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북부, 튀르키예 동남부에 넓게 퍼져 살아가고 있다.


[2] 쿠르드족 분포.png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자신들만의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할 정도다.

쿠르드족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찢어져 살고 있는 4개국에서 각각 완전한 독립 혹은 자치권 확보를 주장해 왔는데 이들 중 가장 심하게 탄압받는 쪽이 튀르키예와 이란의 쿠르드족이었다.


심지어 이란의 쿠르드족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 북부로 넘어가 거점을 만들었을 만큼 이란 정부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아왔다.

그런데 숨죽이고 있던 그들이 이라크-이란 국경을 넘어 다시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격하고 있다.

이란 내부로 깊숙이.


이제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

미국은 지상전을 치를 여력이 자신들에게 없음을 알고 있었고, 쿠르드족이라는 조커 카드를 내밀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이란과 싸우고 있던 쿠르드족은 아마도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기 전부터 생각해 왔던 지상전의 대리자였을 것이다.

미국의 수 싸움이 참으로 치밀하고 소름 끼친다.


비록 쿠르드족을 참전시키며 이란에 대한 전쟁을 승리로 가져가는 데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해결해야 할 중동 문제가 이란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반이스라엘, 반미라는 기치 하에 이란과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무장 세력들도 이스라엘이 처리해야 할 골칫거리들이다.

이로 인해 어쩌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미사일 기지 공습의 작전명은 ‘일어나는 사자’였다.

그리고 2026년 2월부터 3월 현재까지 진행 중인 미국-이스라엘 합동 군사작전의 작전명은 ‘포효하는 사자’다.

만약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을 상대로 또 다른 군사작전을 개시한다면 다음번 작전명은 뭐가 될까?


[1]성경 속 사자 구절-가로.png


일어나는 사자, 포효하는 사자는 모두 성경에 근거한 작전명이다.

사자가 일어났고, 포효했다.

공교롭게도 사자의 행동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 다음은?


원수를 찢는 사자? 원수를 먹는 사자? 피를 마시는 사자?

어쩌면 이번 작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마지막 군사작전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다.

그들의 속내를 누구라고 알 수 있으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웬만하면 일어나 포효를 하는 데서 그쳤으면 좋겠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당장 치솟을 기름 값과 수입물가가 눈앞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떠올린 ‘사자 시리즈 군사작전’은 쓸데없는 상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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