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을 왜? (6)

치밀한 계획, 에너지 패권

by 고장 난 배터리

이제 지구 온난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아무리 인간이 노력한대도 현재의 기술로는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미국은 그 흐름을 역행하기보다 그 흐름에 편승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면 이용해야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온난화를 이용할 수 있을까?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점점 녹는다는 것이 키워드다.


현재 북극해는 1년 중 4개월, 그러니까 7월부터 10월까지만 선박의 이동이 가능하다.

그 외의 기간에는 바다 위에 얼음이 동동 떠다니며 선박의 운행을 방해한다.

얼음을 깨부수는 쇄빙선이 있지만 이건 고작 4개월뿐인 운행기간을 몇 개월 더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북극해는 1년 내내 안전한 항해가 보장되는 안정적인 바다가 아니다.


[1] 북극항로.png


그럼에도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건 기존 항로보다 30% 이상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려 30%다.

거의 대부분의 인류가 몰려 사는 북반구에서의 이동이라면 동그란 공처럼 생긴 지구 위에서 원의 둘레를 돌아가는 것보다 북극점에서 내려가는 게 더 빠르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저 아직은 얼음 때문에 마음껏 항로를 이용할 수 없을 뿐.


그런데 만약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면?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해 왔던 모든 시기를 통틀어 처음으로 북극 바다가 열리게 된다.

북극해가 열리면 무역로는 더욱 단축되고, 기존에 사용했던 무역로는 북극항로로 새롭게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북극항로와 인접해 있는 국가는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겠지만 기존 항로의 수혜를 받던 국가들은 급작스러운 수익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 기존 무역로.png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가장 값싼 기술이다.

가장 앞선 기술일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인간은 비용 앞에 나약하다.

그래서 항상 가장 값싼 기술이 가장 많이 쓰이게 된다.


비행기가 가장 빠른 운송수단임에도 아직까지 전 세계 무역에 배가 쓰이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화물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길을 통해 물건을 나르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무역에는 배가 쓰이게 될 것이다.


배는 저렴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명확하다.

배는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갈 수 없다.

그래서 중간 기착지에서 잠시 쉬며 기름을 주유하고, 고장 난 곳이 있다면 배를 수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기착지를 거쳐 거점 항구에 도착하면 모든 물건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배로 물건을 옮겨 실어 최종 목적지까지 향한다.

이것이 환적(換積)이다.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 혹은 배를 수리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에 정박을 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환적을 할 때도 환적 수수료라는 게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배가 잠시 정박하는 동안 선원들이 육지에 내려 오랫동안 눌려왔던 소비 욕구를 폭발시킨다.

이게 바로 무역로 중간에 있는 도시들이 먹고사는 방법이다.


만약 무역로가 북극항로로 바뀌게 된다면 바다 경제는 다시 재편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극항로와 가장 많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가 최대 수혜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트럼프도 이를 넘보고 있다.

그린란드가 미국에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미국에 꼭 필요한 이유는 희토류와 북극항로뿐만이 아니다.


‘또 있다고?’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다.


‘여기도 석유야?’


이쯤 되니 느낌이 뭔가 싸하지 않은가?

트럼프는 세계 석유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와 3위 이란을 공격했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전략적으로 손을 꽉 잡았다.

그런데 북극항로가 열리는 북극해에도 석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그린란드에 마수를 뻗치는 건 북극항로와 희토류 때문이라고들 말하지만 상대적으로 북극해에 매장되어 있는 에너지 자원은 등한시한다.

사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 이란 공습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에너지 패권이었구나.’


갑자기 머릿속에서 과거 트럼프가 했던 발언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Drill, baby, drill!" (뚫어, 베이비, 뚫어! / 시추해, 베이비, 시추해!)


대선 유세를 할 때, 공화당 전당대회 때, 심지어 취임사를 할 때도 했던 말이다.

온난화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석유를 시추하라고 에너지 회사들을 부추겼던 말.

그는 처음부터 에너지 패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무리한 해석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이런 생각마저 든다.


‘설마 그때부터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격할 생각이었던 건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소름이 끼칠 정도의 치밀함이다.

전 세계가 친환경 에너지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도 트럼프는 그것이 중국의 배만 불려주는 사기극이라고 말했었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여러 국가들이 가입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때는 진짜 미친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모두가 친환경 에너지를 말할 때 홀로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시추를 강조했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며 미국 내 셰일기업들이 마음껏 시추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린란드에 대한 무리한 발언을 이어가며 막대한 해저 에너지 자원을 가진 북극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이 자랑하는 특수부대 델타포스로 긴급 체포했다.

석유매장량 세계 3위인 이란을 공습했다.

……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기 시작한 지 겨우 2년째.

지금 친환경 에너지를 입에 담는 사람이 있던가?

태양광 패널을 가장 많이 생산해 내던 중국도 소비하는 에너지의 90% 이상은 화석연료다.

물론 지금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으로 싼값에 공급받던 에너지 수입에 차질이 생겼지만.


이쯤 되니 친환경 에너지는 진짜 중국의 술수였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한때는 트럼프처럼 친환경 에너지를 부정하고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환경은 생각지 않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취급받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중국의 친환경 사업은 몰락하고 있고, 미국은 서서히 에너지 패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미국이 장악해 가고 있는 이 화석에너지 없이는 결코 미래의 먹거리이자 무기 그 자체인 AI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치밀한 계획은 차츰차츰 이루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과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에너지 외에도 그들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 있는 미국의 마지막 무기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화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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