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2시

24년 8월 21일 수요일

by 보리남순

매주 월요일 2시가 되면 사람들이 행복센터 3층 요가교실로 모인다. 진행하는 강사나 수강하는 늙은 학생들이나 벌써 몇 년째 함께 하고 있어 손발이 착착 맞는다.

"자, 몸 풀깁니다."

강사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요가 매트 앞으로 나와 앉는다. 그러고선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듯 각자의 몸을 구른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번을 구르고 나면 강사가 다시 외친다.

"자, 이번에는 깊게 갑니다."

그럼 사람들은 구부렸던 다리를 쫙 펴고 다리를 바닥에서 들어 올려 머리 위로 넘긴다. 이것도 여덟 번을 한다. 제 몸에 신경 쓰느라 다른 사람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볼 사이도 없다. 강사님 구령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앞으로 뒤로 몸을 굴린다. 두 번의 여덟 번을 구르고 나면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집에서 혼자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요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다리를 찢고 몸을 비틀고, 등을 쫙 펴며 굳어진 몸을 천천히 펼쳐낸다.


요가교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언니는 94세이다. 우리 모두는 그를 '왕언니'라고 부른다. 왕언니는 전동차를 타고 요가교실에 오고 갈 때도 전동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간다. 전동차는 왕언니의 다리다. 전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요가교실에서 왕 언니는 앉거나 누워서 하는 동작만 한다. 선생님도 언니에게 일어서기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말을 한다.

"힘들거나 몸이 강하게 아프면 굳이 무리하지 마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통증이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정도로만 하세요. 무리하면 큰일 납니다."

오자 다리를 가진 언니도, 무릎에 철심을 박은 언니도 선생님의 말을 충실하게 따른다. 요가교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일 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며 운동을 한다.


한 시간 운동이 끝나고 나면 10분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이 되면 우리는 모두 매트 위에서 빨랫줄에 걸린 옷이 된다. "아이고 좋다. 눕는 게 세상 좋다." 누군가의 말소리에 주름진 사람들이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곧 머리에 팔을 괴고서 옆 사람을 향해 돌아누워서 이야기를 나눈다. 평생이 농부였던 그들은 누워서도 농사를 짓는다.

"배차 심으셨어?"

"아니, 조금 더 있어야지."

"올해는 무고 배차고 조금만 심을 거야. 얘들도 이제는 김치를 잘 안 먹으려고 해."

"요즘 얘들은 밥도 잘 안 먹으니까. 밥 말고도 먹을 게 많은 세상이지."

"그래도 밥심이지. 남들은 더워서 입맛이 떨어졌네, 밥맛이 없네 해도 나는 여태 밥맛 떨어진 적은 없어. 자꾸 뱃살이 쪄서 큰일이야."

이렇게 입으로 농사를 짓다 보면 10분 쉬는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곧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 이제 일어서서 할게요. 일어날 수 없는 분들은 앉아서 하세요." 사람들이 일어서고 앞자리 가운데 앉아 있는 왕언니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가끔은 휴식시간이 끝난 줄 모르는 사람이 누워 있다. 누구도 책망하거나 깨우지 않는다. 입이 말하지 않아도 고단했던 그의 시간들을 헤아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여윈잠이 들었던 이는 곧 일어난다.


"요가를 한다고 해서 늙지 않거나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3년, 5년 시간을 조금 늦출 뿐이죠."

일 바쁜 언니들이 수업에 빠지지 말라고 선생님이 앞서 단속을 한다.

"나마스떼"

2시간의 요가 시간이 끝이 났다.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고 뻣뻣했던 몸도 조금 더 편해 보인다.

에어컨이 닿지 않는 교실밖 세상은 아직도 숨이 턱턱 막힌다.

"아니 왜 이렇게 더워, 말복 지난 지가 언젠데?"

사람들은 절기를 더듬으며 가시지 않는 더위에 눈을 흘긴다.


고추밭이 빨갛다. 한결 부드러워진 몸으로 고랑을 기어 고추를 딴다. 겨울 맞은 몸들이 가을을 수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