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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헌 May 30. 2017

'지금'에 대한 생각

생은 길지가 않다.







 어린 시절, 집에 읽을 만한 책이 위인전 밖에 없었다.

수십 권을 읽고도 크게 와닿는 사람 없이 스무 해를 넘기며 살았다. 책으로 만나는 사람들보다, 살면서 마주하는 귀한 순간이나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시리도록 무섭던 아버지께서, 늦은 밤 마을 어귀 노점 부부에게서 남은 풀빵을 몽땅 사오셨을 때. 그날따라 친근했던 술 냄새.


고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모아 친구와 햄버거를 원 없이 먹겠노라고 만난 주말. 긴 건널목을 부축 끝에 간신히 건너신 할머니. 해진 바지에 다친 무릎. 그리고 세상에 퍼붓던 저주.

"병원비 밖에 없어서 저 산에서부터 걸어왔다. 아무도 믿어주질 않고 도와주질 않는다."

약 1분간의 치열한 회의 끝에 건네드린 햄버거 값=택시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생에 첫 진실한 회의.


군부대로 돌아가는 버스 안, 몸이 아픈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다며 모금을 해달라던 여자 스님. 휴가 나가는 이병들에게 부모님 선물하라며 가짜 시계를 팔던 상인들이 떠올라 창밖만 보던 날.

빈 모금통으로 돌아서다 하시던 말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맥주 몇 잔과 함께 작은 아들 생각이 떠올라 전화하신 어머니.

집 뒷산 유기견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울던 어머니. 녹음해놓고 마음이 힘든 날, 꺼내 듣고 싶은 목소리.


진심을 담은 말과 행동과 표정이, 다른 이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때. 그게 아주 짧거나 작은 순간이라도 소중하게 여겼던 때.


졸업을 앞뒀을 때, 좋아했던 소설 속 작가의 말.

"살아왔던 어떤 순간들이 점이 되고, 그것들이 연결되는 게 삶입니다."

내가 만든 수많은 점들은 어떤 그림이 되려 하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고민했던 날.







 다시 오늘로, 우연히 읽던 책에서 나온 이야기.

'나는 괜찮다.'에서 '당신도 괜찮은가요, 당신도 이 세상이 살 만한가요.'로의 변화.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것보다 더 높은 성품은 없다는 말.




사는 건 핑계가 많아 무언가를 잊는 건 무척 쉽다. 과거에서 지금을 비춰보며 미래를 볼 힘을 얻는 건, 역사뿐만 아니라 내 삶도 포함이 된다. 일과 사랑과 경험과 부끄러움 모든 것을 통틀어...


 꿈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앞으로의 시간을 그려봅니다.

말을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 믿기에, 생각을 글로 남깁니다.


달팽이에 주목, 급하지 않게...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 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덧, 미나리아재비꽃에 독성이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어요. 작가 분은 그것까지 생각해서 그곳에 사랑이 머문다고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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