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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un 27. 2018

개근상?

아빠 육아 일기

얼마 전 열린 작은 아이의 Moving-up ceremony에 이어 큰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10개월의 여정이 끝났다.


처음 왔을 때 매일 같이 눈물을 짜며 등원하던 작은 아이와 동생 때문에 자기까지 울지는 못 해도 혼자서 마음고생이 많았을 큰 아이를 생각하면 둘 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생활 막바지에는 집에 일찍 오는 것보다 남아서 더 노는 것을 좋아할 정도가 되었으니 대견히 마친 셈이다.


씩씩하게 해 낸 아이들과 함께 칭찬해 주고 싶은 건 역시 나다. 열 달 동안 단 한 번의 펑크 없이 무사히 아침 등원과 오후 픽업을 했다. 단순히 왔다 갔다 한 것이 아니라 내 몸 축나지 않도록 잘 챙기며 아이들을 돌보았다는 얘기다. 아이를 보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는 필요조건은 역시 체력이니까.


이 정도면 개근상 감 아닌가? 열 달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하는 건 솔직히 회사 출근도 그렇게 안 한다. (이건 나만 그럴지도?...;;)


사실 이미 다른 부모들 - 역시 주로 모들이겠지만 - 다 하고 있던 걸 혼자 감동하는 건 여기까지고...


미국에 오기 전 일 년 동안은 나와 아이들과 이모 할머님이 함께 생활했다. 이모할머니가 집에 다녀오시는 주말은 아이들이 온전히 나의 차지였으니 돌보기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고스란한 내 책임으로 두 녀석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시간이 쌓여 갈수록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 힘들어하고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이 조금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포개어가는 시간들은 통해 비추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놓치고 있던, 하지만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들이었다. '아이가 내 삶의 원천'이라는 육아 절대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역시 아이들과 부대끼는 시간들은 지낼수록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주하게 될 나날들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이 느낌은 오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물론 그전에 당장 발등의 불인 여름 방학부터 무사히 보내고 나서겠지만...


<둘이 같이 사이좋게 사진 찍는 건 하늘의 별따기인데 어린이집에서 졸업 사진 찍는 날 사진사 선생님이 포즈를 시킨 모양이다. 완전 부모 홀리기용 상품인데... 짝꿍과 나 둘 다 눈이 번쩍해서는 허접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두 개나 구매해 버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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