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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ul 03. 2018

딸바보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아빠 육아 일기

“아빠, 내 방에 우리 배 아픈 거 검사하는 충전기 있잖아, 충전기! 가져올까?”

“응, 청진기?”

“… 아, 맞다. 청진기!”


오늘 점심때 딸아이와 식탁에서 나눈 이런 대화는 내가 어렸을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 집에 충전해서 쓰는 물건이 뭐가 있다고 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들이 그 말을 알았겠는가. 지금이야 엄마, 아빠 전화기에 컴퓨터에 ‘충전’할 거리가 산더미이니 아이들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단어이지만...


작은 해프닝이지만 주안이와 윤이가 크면서 만나게 될 세상이 내가 살아온 그것과는 참 많이 다를 것이라는데 다시 한번 생각이 다다른다. 단지 시간 차이만 고려해도 이미 한 세대를 뛰어넘으니 다르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의 작은 딸아이가 마주하게 될 세상은 나의 그것과 더욱더 큰 간극을 보일 것이다. 단순한 세월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건 아마도 ‘남자’인 아빠가 지내 왔던 시간과 ‘여자’인 나의 딸이 만나게 될 세상의 차이, 아주 많은 부분에 있어서 ‘남자’인 아빠는 만난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었던 경험에서 벌어지는 틈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딸아이가 겪게 될 세상에 대해 아빠로서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그래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인 - 물론 가장 큰 것이 옳음을 뜻하는 건 아니다 - 외모 이슈를 연구, 분석한 심리학자 러네이 엥겔른의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그런 점에서 아빠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외모 중심 사회의 문화 -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니면 그 어떤 곳이든 - 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채집하여 분석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고,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준비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 준다. 이는 단지 여자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게 될 남자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과 연결되는 것처럼 과하게 믿는 부분은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보여 주고 품는 태도가 딸아이가 커서 세상과 마주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해 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특히 바라던 바라지 않았던, 또는 알았던 몰랐던, 외모 강박 사회의 강력한 지탱 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남성으로서 스스로의 시선을 돌아보는 것은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어때야 할지를 돌아보는 것과 같다.


... 아직 세 살인 딸아이의 아빠로서 너무 앞서 나가는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비무환 아니겠습니가. 여하튼 주변의 딸 바보 아빠들에게 일독 - 필독까지는 아닙니다 - 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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